침묵이 위로가 되고, 웃음이 선물이 되다

한 번 사는 인생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 필사 40(D+281)

by 서강


함께 침묵하는 것도 괜찮다. 말이 없어도 불편하지 않고, 그냥 곁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마음이 놓일 때가 있다. 오래된 벗과는 그런 시간이 자주 찾아온다. 괜히 말 붙이지 않아도 좋고, 괜히 분위기를 살리려 애쓰지 않아도 좋다. 그저 차를 앞에 두고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하루가 덜 고단해진다.


하지만 모든 만남이 그런 건 아니다. 어떤 사람과는 마주 앉는 순간부터 어색하다. 괜히 말이 끊길까 봐, 침묵이 길어지면 불편해질까 봐, 억지로 이야기를 꺼내야 할 때가 있다. 관심도 없는 화제를 이어가고, 마음에도 없는 웃음을 흘릴 때, 그 시간은 괜히 더 길고 버겁다. 침묵이 위로가 되기는커녕, 오히려 짐처럼 얹히는 만남도 있다.


업무로 인연을 맺게 된 언니가 있다. 남들이 보면 별것 아닌 일에도, 그 언니와 있으면 열여덟 살 소녀처럼 까르르 웃게 된다. 학창 시절 엄마가 "말똥만 굴러가도 웃는다"라고 하더니, 웃음코드가 잘 맞는다는 건 이런 것이다. 같은 장면도 혼자라면 그냥 지나칠 일이, 그 언니와 함께 있으면 우스꽝스러운 사건처럼 부풀려진다. 언니를 만나면 심각한 문제도 잠시 뒤로 밀려나고, 쌓아둔 근심도 그 순간만큼은 힘을 잃는다.


누군가와 동시에 웃음이 터져 나오는 순간, 그때의 공기는 훨씬 가볍고 환하다. 같은 장면을 보며 눈물이 핑 돌기도 하고, 사소한 농담 하나에 배를 잡고 웃기도 한다. 그러다 보면 마음속 깊은 데까지 환기가 된다.


둘이나 셋, 혹은 그 이상이 같은 시간 속에서 감동하고 웃고 울며 살아간다는 건 참 근사한 일이다. 혼자서는 결코 가질 수 없는 체험이다. 지나고 나면 그 순간들이 특별한 보석처럼 남아, 훗날 꺼내어보는 위안이 된다.


사람이 산다는 건 결국 함께 시간을 나눈다는 뜻일 것이다. 그 시간이 침묵이든, 웃음이든, 눈물이든. 같은 순간에 마음이 흔들렸다는 사실만으로도, 인생은 견딜 만하고, 때로는 아름답기까지 하다. 무엇보다 억지로 꾸며낸 말보다, 말없이 편히 있거나, 함께 웃을 수 있는 시간이야말로 오래도록 남는다.


“어색한 말보다 값진 건, 편안한 침묵과 가벼운 웃음이다.” -서강(書江)-
KakaoTalk_20250821_150223394.jpg
KakaoTalk_20250821_150223394_01.jpg
한 번 사는 인생,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中


매거진의 이전글〈겸손의 탈을 쓴 교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