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본사 최상층, 이사회 전용 회의실.
길게 뻗은 유리창 너머로 도시가 내려다보였지만, 윤세하의 눈에는 그 모든 불빛이 덫처럼 보였다.
“부회장님, 이쪽으로.”
비서의 안내에 따라 그는 회의실 중앙 자리에 앉았다.
의자에 앉는 순간, 온몸을 조이는 듯한 시선이 사방에서 꽂혔다.
임원들의 표정은 각기 달랐다.
누군가는 고개를 끄덕이며 충성심을 과시했고, 누군가는 시선을 피하며 불안을 감추려 했다.
하지만 모두의 마음속에는 같은 의문이 숨어 있었다.
지금 이 자리에 앉은 사람이, 진짜 류원인가. 아니면 대역인가.
류광호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오늘 회의 안건은 단 하나다. 후계 구도.”
그 말에 회의실 공기가 순간 얼어붙었다.
세하는 자신도 모르게 손가락을 움켜쥐었다.
자료화면이 켜지며, 차기 경영권 시나리오가 펼쳐졌다.
거기에는 충격적인 문장이 적혀 있었다.
“대역 체제 전환 검토.”
임원들 사이에서 웅성거림이 터져 나왔다.
누군가는 “실험적 발상”이라며 박수를 쳤고, 누군가는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그 순간 류광호가 웃음을 터뜨렸다.
“조용히 하시오. 대역은 이미 검증된 방법이야.
필요하다면 누구든 교체할 수 있지. 심지어…”
그는 고개를 돌려 세하를 똑바로 바라봤다.
“지금 이 자리에 앉은 사람조차도 말이야.”
세하는 온몸이 얼어붙는 것을 느꼈다.
그는 자신이 함정에 들어온 걸 알았다.
이 회의는 단순한 보고가 아니라, 그의 존재를 시험하기 위한 무대였다.
회의는 계속 이어졌지만, 세하의 귀에는 잘 들리지 않았다.
오직 한 가지 생각만이 머릿속을 메웠다.
내가 지금 눈앞에서 무너진다면, 그들이 원하던 ‘교체’는 완성된다.
그 순간, 책상 밑에서 휴대폰이 진동했다.
알 수 없는 번호, 단 하나의 메시지.
“버티면 살아. 흔들리면 끝.”
누군가, 분명 이 자리에 없는 또 다른 세력이 그를 지켜보고 있었다.
---> 18화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