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가 끝난 뒤, 세하는 무거운 몸을 이끌고 세탁소로 돌아왔다.
낯선 양복을 벗어던지고 거울 앞에 섰다.
거울 속 얼굴은 땀에 젖어 있었고, 눈동자는 낯설 만큼 차갑게 빛나고 있었다.
“넌 누구지?”
그는 거울 속 자신에게 속삭였다.
순간, 휴대폰이 울렸다.
화면에는 영상 통화가 연결되어 있었다. 발신자는 표시되지 않았다.
화면 속에 나타난 건 병원 침대에 누운 류원의 얼굴이었다.
그러나 그의 입술은 움직이지 않았다.
대신, 자막처럼 글씨가 떠올랐다.
“진짜는 네가 아니다.”
세하는 숨이 막혔다.
“무슨 소리야… 난…”
그러자 영상이 흔들리며 다른 화면으로 전환되었다.
이번에는 세탁소 CCTV였다.
거울 앞에 서 있는 윤세하—그의 얼굴 뒤로, 또 다른 그림자가 겹쳐 보였다.
분명히 다른 윤서하였다.
거울 속에서 두 얼굴이 겹쳐지며 균열이 일어났다.
유리가 깨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화면이 꺼졌다.
거울을 바라본 세하는 그 자리에서 얼어붙었다.
거울 표면이 실제로 갈라진 듯한 착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의 눈에는 자신과 똑같은 얼굴이, 금 간 거울 틈 사이로 비웃으며 서 있었다.
“또 다른 나…?”
그때, 세탁소 문이 벌컥 열렸다.
들어온 건 항구 창고에서 만났던 그 여성이었다.
숨이 거칠었고, 눈빛은 절박했다.
“시간이 없어. 이제 곧 진실이 드러날 거예요.
하지만 당신이 믿는 진실이 전부는 아닐 거예요.”
그녀는 거울을 향해 손가락을 뻗으며 속삭였다.
“거울은 현실을 보여주지 않아요.
거울은… 선택된 진실만 비추죠.”
세하는 다시 거울을 바라봤다.
갈라진 표면 너머, 또 다른 ‘나’가 서 있었다.
그리고 그는 깨달았다.
진실은 이제 균열 속에서 쏟아져 나오려 하고 있다는 것을.
---> 19화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