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사 최상층 회의실은 다시 한번 전장을 닮아 있었다.
유리창 너머 도시 불빛은 화려했으나, 그 속은 썩어 있었다.
오늘 이 자리는 단순한 보고가 아니라, 최종 대면을 위한 무대였다.
류광호가 자리에서 일어나 천천히 걸었다.
“자, 모두들 알겠지? 오늘이 결정을 내리는 날이다. 진짜든 가짜든, 앞으로는 단 하나만 필요하다.”
임원들의 시선이 동시에 윤서하에게 쏠렸다.
그는 심호흡을 했다.
마치 숨 하나하나가 목숨값처럼 무겁게 느껴졌다.
그 순간, 회의실 문이 열렸다.
휠체어에 몸을 맡긴 류원이 들어왔다.
창백한 얼굴, 하지만 눈빛만큼은 또렷했다.
순간 공기가 흔들렸다.
진짜와 대역, 두 얼굴이 한 자리에 섰다.
류원이 낮게 말했다.
“대역은 필요 없다. 하지만… 내가 스스로 선택한 거라면, 그건 다르지.”
류광호가 비웃었다.
“네가 뭘 선택했든, 권력은 네 것이 아니다. 이 자리에 앉은 자, 버텨낸 자가 진짜다.”
세하는 입술을 깨물었다.
온몸을 휘감는 공포 속에서도 그는 느꼈다.
이제 선택의 순간이라는 것을.
“나는…”
그의 목소리가 회의실을 울렸다.
“나는 도망치지 않겠다. 거울 속의 그림자가 아니라, 나 자신으로 서겠다.”
순간, 회의실 조명이 번쩍 꺼졌다.
벽면 스크린이 켜지며, USB 속 영상이 재생되었다.
세탁소 CCTV, 병원, 항구 창고… 모든 순간이 기록되어 있었다.
마지막 장면.
거울 앞에 서 있는 윤세하와, 그 뒤로 겹쳐진 또 다른 얼굴.
그리고 자막이 떴다.
“진짜는, 선택하는 자다.”
---> 20화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