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전된 회의실 안, 오직 스크린 불빛만이 인물들을 비추었다.
혼란 속에서 임원들은 술렁였고, 류광호는 분노에 찬 눈빛으로 주먹을 움켜쥐었다.
류원이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이제 그만해라, 삼촌. 대역은 장난이 아니다.
그건 한 인간의 삶을 지우고 다른 삶을 씌우는 일이다.”
세하는 그 말에 힘을 얻었다.
그는 천천히 앞으로 나아갔다.
모두의 시선이 그에게 몰렸다.
“나는 윤세하다.”
그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누군가의 그림자도, 도구도 아니다.
내가 선택하는 순간, 나는 내가 된다.”
순간, 거울이 깨지는 듯한 환영이 회의실에 번졌다.
세하는 자신의 눈앞에서 수많은 얼굴이 흩날리며 사라지는 것을 보았다.
류원의 얼굴, USB 속의 그림자, 병원에서 본 또 다른 자신.
그리고 마지막에 남은 건—거울 속에서 똑바로 그를 바라보는 하나의 얼굴, 바로 윤세하였다.
조명이 다시 켜졌다.
회의실 안은 숨 막히는 침묵에 휩싸였다.
류광호는 씩 웃더니 자리에서 물러섰다.
“좋아. 버텼군. 그렇다면… 넌 이제 이 자리에 설 자격이 있지.”
임원들 사이에서 박수 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러나 세하는 그것이 진정한 환영이 아님을 알았다.
그건 또 다른 시험의 시작이었다.
그는 마지막으로 거울을 바라봤다.
거울 속에는 이제 흔들리지 않는 얼굴이 서 있었다.
윤세하—그 자신이었다.
그러나 마음 한구석에서는 여전히 속삭임이 들려왔다.
“선택했다고 끝난 게 아니다. 선택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