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비밀〉 1화

남편이 떠난 날, 비밀도 무너졌다

by 서강

― 남편이 떠난 날, 비밀도 무너졌다 ―

결혼 30년 동안,
나는 남편의 그림자처럼 살았다.


그는 언제나 내 곁에 있었지만,
어쩐지 한 걸음쯤 떨어져 있었다.


그리고 그날,
남편이 떠나고 나서야 알게 됐다.
진짜 비밀은,
그에게 있는 게 아니라 나에게 있었다는 걸.


장례식이 끝난 늦은 오후,
거실 구석의 서랍을 정리하다가
낡은 흰 봉투 하나를 발견했다.


‘내가 가면 열어보라.’


그 한 줄의 글씨가
두 손을 떨리게 했다.


봉투 안에는 오래된 편지 한 장이 들어 있었다.
낯선 필체.
아니, 내 글씨였다.


그 편지는 20년 전,
남편에게 하지 못한 말을 대신했던
내 사과의 편지였다.


그때의 나는 두려웠고,
그를 떠나야만 했던 이유를 말할 용기가 없었다.


그래서 남겨둔 한 장의 편지.
그런데 놀랍게도
그는 그 편지를 열어보지 않았다.


대신,
그 편지를 지갑 속에 넣고
20년 동안 한 번도 버리지 않았다.


나는 그제야 알았다.
사랑은 말로 남지 않고, 침묵으로 남는다는 것.


그는 이미 모든 걸 알고 있었지만,
묻지 않았다.
나를 용서하려 했던 걸까,
아니면 사랑이 용서를 대신했던 걸까.


남편의 사진 앞에 앉아
나는 다시 편지를 썼다.


“당신이 내 비밀을 품어준 덕분에,
나는 내 인생을 용서할 수 있었어요.”


봉투를 닫으며 미소 지었다.
눈물과 함께.


사랑은 끝나도,
이야기는 남는다.

그게 우리의 마지막이자,
내가 그를 다시 사랑하게 된 첫날이었다.


✍️ 글 & 연출 | 서강

� 원작: 인생이모작 TV 단막극 시리즈
� 유튜브에서 영상으로 보기 https://youtu.be/0 SznAmOSnyw? si=UkFWplGaBsPeu6 N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