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날 때마다 글을 쓰자. 부정적인 생각이 들 때 그것을 가지고 있지 말고 꺼내서 바라보자. 내 몸 안을 맴돌며 여기저기 건들고 다니는 그 녀석을 콕 잡아 글로 가둬두는 것이다.
여행안내를 제대로 하지 않은 투어사에게 화가 났다. 그 때문에 좌석 지정을 제대로 할 수 없었고 화장실 앞 복도 자리에 배정이 되었다.
거의 밤을 새우고 온 나는 너무나도 피곤한 상태여서 취침이 필요했다. 하지만 몰상식한 사람들이 의자 좌석을 잡거나 엉덩이로 치고 가는 등 내 잠을 방해했다. 그럴 때마다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 이름과 얼굴 모를 사람에 대해서도, 애초에 이 자리에 나를 앉힌 투어사에게도, 또 괜히 집에서 자고 있는 가족에게까지 불똥이 튀는 것이었다.
이 감정을 가지고 있지 않기로 했다. 화가 나는 그 상태는 인정하되 쿨하게 보내주자고 말이다. 이전에 누군가 나에게 해준 말이 있다. 어떤 긍정적인 것도 부정적인 면이 있고, 어떤 부정적인 것도 긍정적인 면이 있다는 양면성에 대한 것이었다. 이 것을 상기시키니 나를 치고 가는 그 사람들의 조금이라도 닿지 않으려는 노력과, 가족들과 행복한 휴가를 보내려는 아름다운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어떻게 보면 내 안의 화는 여유 없는 내 마음이 만들어내고 있었다.
생각을 꺼내 정리해 보니 기분이 한껏 나아졌다. 나는 글을 마치고 또 잠을 청할 것이고, 또 누군가는 나를 강하게 치고 가 내 단잠을 방해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여름휴가를 보내려는 들뜬 공기를 가진 비행기 안에 있고, 그 안에서 드는 기분은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이다. 책으로만 배웠던 긍정적인 마인드를 조금은 알겠는 여행의 시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