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에서 깰 시간
마지막 날, 휴가지에서 조금이라도 더 놀다가 아쉬운 마음을 뒤로한 채 밤 비행기에 노곤한 몸을 싣는다. 한국에서 떠날 때의 뭔가 상기된 분위기와는 달리 무언가 착 가라앉은 듯한 공기가 느껴진다. 꿈같던 시간을 뒤로하고 원래의 현실로 돌아가야 된다는 사실을 다들 애써 모른 척하고 있기 때문일까.
돌아오는 비행기는 적막하기만 하다. 연인은 서로의 어깨에 기대어 의지하기도 하고, 자녀가 있는 사람들은 우는 아이를 여전히 달래기도 한다. 누군가는 SNS에 올리기 위한 사진을 열심히 수정하고 있고, 누군가는 오프라인으로 다운받아놓았던 유튜브나 넷플릭스를 보기도 한다.
가끔 모두가 잠들었을 때, 눈을 떠보면 창 밖으로 아름다운 광경을 볼 수 있기도 하다. 구름 위에 떠 있는 듯한 풍경이며, 계속해서 바뀌는 하늘의 형형색색까지. 이 마저도 여행의 한 부분이라고 생각하며 조금이라도 놓치고 싶지 않았다.
곧 착륙한다는 기장의 안내 방송과 함께 하나 둘 꿈에서 깨어 현실로 돌아온다. 저마다 한가득 챙긴 기념품과 선물을 품에 안고 자신이 있던 곳으로 돌아간다. 그 발걸음은 너무 가볍지도, 너무 무겁지도 않다. 그냥 하던 대로, 원래 있던 곳으로 자연스럽게 자신의 자리를 찾아간다.
오랜만에 복귀한 회사나 학교는 그 모습을 그대로 가지고 있다. 잠깐 도피했던 3박 4일간의 일정이 벌써 희미하게 사라져 간다. 그 기억을 조금이나마 더 가지고 싶기 위해 나는 기념품을 사 왔나 보다. 작은 자석 하나라도 냉장고에 붙여, 그 순간을 떠올리고 싶었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