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을 돌아본다. 흔히들 회고한다고 표현한다. 회고라는 단어는 회사에서 일을 하면서 익숙해졌기도 하다. 프로젝트가 끝날 때, 스프린트가 끝날 때마다 회고를 하며 좋았던 점, 아쉬웠던 점, 시도해 볼 점 등을 공유한다. 무슨 바람이 불어서일까. 나는 내 인생에도 매 달마다 회고를 적용하기로 했다. 일이 아닌 인생의 OKR을 설정하고 주기적으로 점검을 해보기로 한 것이다.
그 다짐을 하고 한 달이 지나자마자 해가 지나버렸다. 그래서 본의 아니게 한 달이 아닌 일 년을 돌아보며 첫 회고를 하게 되었다. 원래는 신년 계획이나 반성 따위를 하지 않는 삶을 살았다. '현재를 잘 살면 되는 거지' 라며 미래와 과거에 대해 전혀 신경 쓰지 않은 것이다. 때문에 과거의 실수는 반복되었으며 미래에는 아무 계획이 없곤 했다.
올 한 해는 나에게 인생의 변곡점이 되었다. 사실 작년 말쯤 해외 이직을 포기하면서 어느 정도 커브가 시작되었다. 한국에 남아 할 수 있는 것들이, 하고 싶은 것들이 많다는 것을 깨달은 나는 이번 년에는 거의 폭주했다. 하고 싶은 것들을 전부 해내고 만 것이다.
어렸을 때에는 음악을 하며 살아가는 게 꿈이었다. 그 꿈을 다시 되찾아온 것이 가장 큰 성과가 되었다. 세계합창대회에 나가 금메달을 따기도, 싱글 음원을 발매하기도, 아카펠라 그룹에 들어가기도 했다. 연말에는 좋은 작곡가들을 만나 함께 곡을 만들게 되었다. 10년에 걸쳐 꾼 꿈이지만 실제로 뛰어드니 1년 만에 많은 성과를 낼 수 있었다. 무엇보다, 하고 싶은 것을 하니 아무리 바쁘고 힘든 일정에도 웃음이 나고 행복했다. 이래서 사람은 하고 싶은 일을 해야 되나 보다.
글을 쓰게 된 것도 큰 도전이었다. 인스타그램에 글쓰기 계정을 만들어 시를 쓰고 산문을 적어냈다. 팔로워는 1년 사이 1000명이 되었다. 4수 끝에 브런치 작가가 되어 구독자 100명을 모을 수 있었다. 내가 쓴 글을 누군가가 좋아해 주고 의견을 남겨주는 그 상호작용에서 많은 위로와 행복을 느낄 수 있었다. 그 과정에서 만난 한 명 한 명은 내 인생의 큰 선물이 되었다.
전에 하지 않던 행동들에 도전을 하기도 했다. 사람들 앞에 나서는 일, 원래는 가장 싫어했던 일이다. 한강공원에 나가 노래를 하는 버스킹을 했다. 예능프로그램 방청객으로 나가 연예인들과 인터뷰를 주고받았다. 500명의 관중 앞에서 진행한 프로젝트에 대해서 발표했다. 세계합창대회에 나가 1000명 앞에서 춤을 추며 노래를 불렀다. 전사구성원 2000명 앞에 나가 행사에 참가했다. 어째 점점 규모가 더 커지는 느낌이다.
2023년은 나에게 도전의 해로 기억에 남을 것이다. 하지 않던 행동을 하며 뇌의 구조를 완전히 뒤바꿨고, 어떤 도전이든 두려워하지 않는 마음을 갖게 되었다. 앞으로 살아가며 어떤 역경을 만나더라도 극복할 수 있으리라는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다.
이 성취감과 도전 정신은 최대한 많은 사람에게 공유하고 싶었다. 과거의 트라우마나 미래의 실패가 두려워 시도조차 하지 못하는 겁먹은 사람들이 있다. 그들 안에 숨겨진 무한한 가능성을 들여다보았으면 좋겠다. 언젠가 그들도 자신의 날개를 펼쳐 푸른 하늘 위로 날아가기를. 더 넓은 세상으로 멀리 떠나가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