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로프리너의 시대

by 서글

인테리어 업계로 이직한 뒤, 여러 사람에게 같은 질문을 던진 적이 있다.
“이 일을 하면서 뭐가 가장 두려우세요?”


가장 많이 돌아온 대답은 단순했다.

“일거리가 꾸준하지 않아 불안하죠.”


수요는 분명히 존재하지만 그 수요가 ‘나에게’ 집중되게 만드는 건 전혀 다른 문제였다. 아무리 배우는 상황이라지만 생계가 위태로워지기 시작했다. 결국 내가 해결해야 할 건 하나였다. 나를 어떻게 알릴 것인가. 요즘은 오프라인 영업을 하지 않더라도 SNS를 통해 충분히 고객을 유치할 수 있는 시대다.


나는 글의 방향을 ‘신입 인테리어 디자이너의 성장기’로 잡았다. 솔직하게 나의 부족함을 드러내고, 배워가는 과정을 그대로 기록하는 방식. 누군가는 그 과정을 보며 신뢰를 느낄 것이라고 생각했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주제는 정했는데, 글을 쓰지 않았다. 설령 쓰기로 마음먹고 컴퓨터 앞에 앉아도 빈 화면 앞을 마주하면 머릿속이 멍해지는 빈페이지 공포가 찾아왔다. 현장이 많지 않아서 쓸 게 없다는 이유, 일하고 나면 피곤하다는 이유 등. 솔직히 말하면 전부 핑계였다. 시간이 없는 것도 아니고, 아이디어가 적은 것도 아니었다. 그냥, 안 한 것이었다. 이 상태가 반복되면서 나는 점점 스스로에게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했다. “해야 하는데 안 한다”는 감각은 생각보다 사람을 더 무기력하게 만든다.


그러다 최근 읽은 <솔로프리너의 시대(고승원)>라는 책을 통해 하나의 관점을 얻게 되었다. 문제는 의지가 아니라 구조일 수도 있다는 것. 저자는 이제 개인도 기업처럼 일할 수 있는 시대라고 말한다. 기획, 마케팅, 실행까지 혼자서도 충분히 해낼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 중심에 AI가 있다는 게 가장 중요한 내용이었다.


책은 발전된 사회 변화를 따라가지 못한 내 업무방식을 일깨워 주었다. 나는 혼자서 모든 걸 하려고 했다. 그래서 시작 자체가 무거웠고, 결국 아무것도 하지 않는 상태가 반복됐다. AI를 활용한다는 건 단순히 일을 ‘편하게’ 만드는 문제가 아니었다. 일의 구조를 바꾸는 일이었다. 혼자 일하지만, 혼자 하지 않는 방식. 이 방식이 단순한 이론이 아니라는 점도 인상 깊었다. 블레이크 앤더슨은 챗GPT를 활용해 세 개의 앱을 개발하고 약 130억 원에 달하는 수익을 만들어냈고, 피터 레벨스나 피터 맥키넌과 같은 크리에이터들 역시 AI를 통해 한 사람이 기업 못지않은 생산성과 영향력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작가는 반복해서 말한다.

"다른 사람이 나를 알아볼 수 있는 나만의 콘텐츠를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 개인의 콘텐츠와 재능이 사람들의 관심과 공감을 얻으면, 그 순간부터 개인이라는 존재는 더 이상 작은 단위가 아니게 된다."

나라는 사람이 무엇을 하는지 누군가 알아볼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 나는 그 매개체로 글쓰기를 선택해 왔다. 하지만 ‘잘 써야 한다’는 부담에 사로잡혀 시작조차 못한 적도 부지기수였다. AI는 그 문제를 단번에 해결해 주었다. 문장이 완벽하지 않아도, 조금 어설퍼도 괜찮을 거 같다. 오히려 그 과정이 그대로 드러나는 것이 독자들에게 더 솔직한 모습으로 비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지금은 글을 잘 쓰기보다는, 일단 기록하는 것에 집중하기로 다짐했다. 다만 무작정 쓰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AI를 학습하고, 그들과 자주 소통하며 협업 구조를 만들어갈 계획이다. 내 브랜드에 맞는 글쓰기 프롬프트를 정리하고 방향성을 설정한 뒤, 반복 가능한 형태로 콘텐츠를 쌓아가는 것. 책에서는 친절하게 AI가 단독으로 처리할 수 있는 영역과 사람이 반드시 개입해야 하는 영역을 구분해서 설명한다. 자료 수집과 정리, 초안 작성, 구조 설계 정도는 AI에게 맡기고 경험과 판단, 감정은 내가 채워 넣는 것이다. 앞으로 AI와 역할을 분담하며 더 이상 시간과 자본의 부족을 이유로 창작을 미루지 않아도 된다.


<솔로프리너의 시대>는 크리에이터로써 작은 브랜드를 구축해 나가는 것이 가능할지도 모르겠다는 현실적인 희망을 안겨주었다. 돌이켜보면 나는 ‘잘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창작 활동을 미루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완성된 결과보다 쌓여가는 과정이 더 설득력을 가질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부족한 신입이기에 오히려 보여줄 수 있는 것이 더 많을지도 모르겠다.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배워가는 사람으로 남는 것.
이게 지금의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이고, 가장 솔직한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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