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5월 독서모임 기록
1. 작품 속 가장 마음에 드는 구절과 그 이유는?
⁃ “그 건반 위에서 당신이 연주할 수 있는 음악은 없다는 거야. 피아노를 잘못 선택한 거야. 그건 신이나 연주가 가능한 피아노인 거야” / “그 광대함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단지 생각만으로도 산산조각나는 게 두렵지 않은가? 거대한 곳에서 살아간다는 것”
⁃ 아동에서 성인으로 성장하는 과정 속에서, 시야가 확장되고 세계관이 확장된다고 생각한다. 점차 넓은 세계에 대해 인지하면서 깨닫는 두려움이 생긴다. 평생을 배 안에서(한정된 세계에서) 살아간 노베첸토가 세상 밖으로 나가지 못하는 이유를 잘 설명해 준 구절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의 세계를 부수고 더 넓은 세계로 나아가는 것은 노베첸토뿐만 아니라 누구에게나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아 마음에 들었다.
2. 알레산드로 바리코의 글은 이야기의 흐름보다는 감정의 흐름에 집중하며, 그를 자연 현상에 빗대어 표현하는 글쓰기 방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리드미컬하고, 신비함을 가진 그의 문체는 이 소설에서 어떤 역할을 가진다고 생각하나요
⁃ 본능적인 연주를 하는 노베첸토를 표현하는 데 있어 극대화된 문체라고 생각한다. 사회적인 규칙에 의한 서사 장르는 이야기의 흐름을 중시하지만, 작가는 그렇게 글을 쓰지 않았다. 직접적으로 감정을 서술하기보다, 상황을 묘사하는 식으로 빗대어 표현한다. (특히 61~62p에서 두드러진다고 생각.) 사회적인 틀에서 벗어난 그의 문체가 곧 노베첸토가 아닐까.
⁃ 이 책의 35p와 78~79p에서 슬래시(/)로 구분되어 무수히 제시되는 문장과 단어들은 여러 장의 사진을 제시해 보여주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림이 이어져서 장면이 이어지는 애니메이션 같은 느낌이 아니라, 모두 다른 장면을 찍은 사진을 여러 개 제시해주는 느낌이었다. 복합예술인 '극'으로 표현하기 좋은 글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단순한 이미지가 아니라, 청각적인 요소와 극장 안에서만 가능한 배우와 관객 간의 호흡을 통해 완성되는 이미지?
3. 우연과 운명에 대한 이야기로 이 책은 시작합니다. 삶의 모든 일이 '툭' 우연 같지만, 그 모든 것들은 운명이었음을 표현하는 부분이 많습니다. 우연과 운명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어떤가요? 당신이 생각하는 노베첸토의 운명은 무엇인가요?
⁃ 운명을 믿는 편이다. 다만 정해진 한 가지 운명대로만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운명의 갈림길 속에서 선택을 통해 주체적으로 자신이 운명을 만들어 간다고 생각한다. 그 선택의 변주 속에서 소소한 우연이 발생한다고 생각한다. 노베첸토가 갓난아기 상태로 발견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죽지 않고 배 안에서 살아간 순간부터 노베첸토의 운명이 정해졌다고 생각한다. 그가 살아갈 수 있도록 지켜준 공간이 ’배‘였기 때문에, 노베첸토는 배에서 내릴 수 없었던 것이다. 물론, 노베첸토가 배에서 내리는 선택을 했다면 새로운 운명을 개척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노베첸토에게 주어지고, 선택한 삶은 '배'였던 것이 아닐까.
4. 비슷한 삶을 살았던 농부의 이야기를 통해 바다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하선하려던 노베첸토는 결국, 육지로 내려가지 못 했습니다. 노베첸토와 농부, 둘의 차이점은 무엇이었을까요? 그 둘의 삶에 있어, 무한과 유한은 각각 어떤 의미였을까요?
⁃ 농부는 광대하고 무한한 삶이 '희망'이었다. 절망적인 순간에 마주한 그 거대함은, 삶이 단순하게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희망을 주었을 것이다. 그에게는 무한이 희망이고, 유한이 절망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노베첸토의 상황은 다르다. 노베첸토는 수없이 제한적인 배 위에서의 삶을 살아왔으나, 노베첸토는 그 삶에 만족했다. 오히려 배를 벗어나는 행위는 그에게 불안감을 줄 뿐이다. 그에게 유한은 현재의 만족스러운 삶을 지키는 일이고, 무한은 두려움일 뿐이다.
6. 육지로 내려가던 노베첸토가 계단에 우뚝 서 던진, 새처럼 묘사된 그 모자는 무엇을 의미할까요?
⁃ 일반적인 '새'였다면, 그 모자는 바람을 타고 훨훨 날아 저 먼 하늘을 향해 날아갔을 것이다. 그러나 작품 속에서 모자는 '지친 새 같기도 하고 날개 달린 푸른색 오믈렛 같기도 했다.'라고 묘사되는 것을 보아, 우리가 상상하는 온전한 상태의 '새'가 아니다. '지친 새'라면, 아마 드넓은 세상을 날아가다가 지쳐버린 새가 아닐까. 그렇게 생각했을 때 공중을 회전하다가 떨어진 모자는 노베첸토가 육지로 나아갔을 때의 미래를 암시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육지에서의 삶을 시작했다면, 노베첸토는 그 거대한 세계를 향해 나아가다가 분명 지쳐 쓰러질 것이라는.
7. 이 작품은 '바다'와 '여행'의 모티프가 묻어나 있습니다. 이 작품 속 '바다'는 무엇을 의미할까요?
⁃ '자유'의 공간이라는 생각이 든다. 바다 위를 항해하는 배 위에서 노베첸토는, 세상의 굴레에서 벗어나 자신의 자유로운 피아노 연주를 뽐냈다. 노베첸토가 바다를 벗어나 육지에 발을 딛는 그 순간, 그는 사회에 구속되어 버릴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그는 자신만의 자유로운 연주를 할 수 없다. 오로지 '바다'만이, ‘자유’를 보장해주는 공간인 것이다. 주로 '여행'은 일상의 반복적인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해 떠나는 경우가 많다. 그런 '여행'처럼, '바다'는 규정된 사회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는 공간이 아닐까.
8. 당신에게 닿은 이 작품의 메시지는 무엇인가요?
⁃ 자신의 세계를 지키고 사는 삶의 중요성이라고 생각한다. 배에서 태어난 노베첸토는 배에서 죽음을 맞이한다. 그는 배를 떠나게 되었을 때, '나'를 잃을 것을 알았던 것이다. 물론 우리는 이미 육지에서 살고 있기에 이미 사회 체계 안에서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단순히 사회체계에 맞추어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삶을 지키고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좋아하는 배우가 한 음악극에 참여했다. 그 극이 바로 <노베첸토>였다.
바쁜 시기라 공연을 보아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을 많이 했다. 독서 모임을 하면서 책을 읽어 보니 마음에 들어 결국 보러갔는데, 내용을 모두 알고 있는 상태로 보니 생각보다는 지루하다는 느낌이 있었다.(피곤한 상태로 가기도 했고.)
역시 잔잔한 극은 내 취향이 아니다...라는 생각도 문득 들었다. 그러나 1인극의 형식으로 진행되어 배우의 역량을 피부로 느낄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수많은 등장인물을 단 한 명의 배우가 모두 다르게 표현해내야 했기에.
그리고 아무래도 음악극이다 보니 피아니스트의 연주가 빛난다. 오케스트라를 잘 활용하는 건 제작사인 HJ컬쳐의 특색 같기도 하고.
희곡으로 쓰여 일반적인 소설과는 꽤 느낌이 다르다. 그러나 책이 굉장히 얇아 빠른 호흡으로 읽을 수 있다.
책을 원작으로 <피아니스트의 전설>이라는 영화가 만들어졌다고 하는데, 독서 모임에서는 영화가 극보다 낫다는 이야기가 나왔던 것 같다.
나는 아직 영화는 보지 못했다. 기회가 된다면 <피아니스트의 전설>도 다뤄보는 것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