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밖의 고민
예상치 못했던 고민 아닌 고민이 생겼다.
모든 것은 첫 프로필 설정 상의 작은 실수로부터 시작되었다.
처음 브런치 작가 승인을 받고 기쁜 마음으로 프로필 설정을 바꾸면서 내가 이전부터 꼭 하고 싶었던 작가명 닉네임인 '서행하다'로 닉네임을 설정하고 저장하기 버튼을 눌렀다.
그런데 이게 웬일?
키보드 입력 상의 오류였는지 아니면 지나치게 신난 나머지 끝까지 입력하는 걸 까먹었는지- 저장을 완료하고 보니 '서행하다'가 아닌 '서행하'가 되어 있었다.
설상가상으로 브런치는 한 번 저장된 닉네임은 한 달 동안 바꿀 수 없다는 내부 방침이 있었다.
난 이 때 고민했다.
한 달을 기다려서 닉네임을 제대로 바꾸고, 그 때 가서 브런치 첫 글을 쓸 것인지를.
그만큼 불완전한(?) 프로필은 내 신경에 거슬렸다.
하지만 어차피 내 글도 완벽하지 못한데 무슨 이름 하나 가지고 완벽을 따지고 있냐-라고 생각한 끝에 나는 그냥 글쓰기와 업로드를 밀어붙였다.
완벽하게 시작하지 못했다는 걱정과 다르게, 너무 감사하게도 나의 첫 글은 예상보다 많은 분들께 관심과 응원을 받게 되었다. 그리고 그 덕분에 용기내어 꾸준히 글을 업로드 할 수도 있게 되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서행하'라는 불완전했던 닉네임은 더 이상 불완전한 것이 아니게 되었다. 그렇게 한 달이 어떻게 지나가는 지도 모르게 훌쩍 지나갔다.
'닉네임을 꼭 바꿔야 할까'와 '그래도 처음 의도했던 이름으로 가야지'라는 양가 감정이 은근한 줄다리기를 하던 어느날, 드디어 닉네임을 바꿀 수 있는 5/19일이 도래했다.
막상 바꾸려니 살짝 망설여지긴 했다. 하지만 짧은 망설임을 뒤로하고 나는 원래 의도했던 '서행하다'로 닉네임을 바꾸었다. 마침내.
그런데 뜻밖의 계기로 나는 다시 '서행하'로 돌아가야 할까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
내 글에 좋아요를 눌러주신 작가님들의 브런치를 부지런히 찾아다니며 열심히 글을 읽고 맘이 동하는 글에는 간간히 댓글도 남기던 차였다. 그러다가 우연히 남긴 댓글에 작가님께서 답글을 달아 주시면서 나를 '서행하'로 지칭하여 불러주셨다.
분명 나는 버젓이 닉네임을 바꾸었고 바꾼 닉네임으로 댓글을 달았는데, 나를 '서행하'로 기억해주시고 그 이름으로 불러주신 것이다.
별 거 아닌 일일지도 모르지만, 나에게는 이게 왠지 별 거 아닌 일이 아닌 것만 같았다.
그 짧은 시간동안 오롯이 글 만으로 나를 기억해주시는 분이 생겼고, 그 분이 나를 '서행하'로 기억해주셨다는 게.
이미 '서행하다'로 바꿔버린 이상 앞으로 한 달 동안은 또 다시 꼼짝없이 서행하다로 살아야 하지만, 내 글을 보아주시고 예뻐해주시는 독자 분들께서 좋으시다면 그 한 달을 하루같이 기다려서 다시 '서행하'로 돌아갈 생각이 있다.
찰나의 실수 하나 때문에 탄생한 불완전했던 이름, 서행하.
이 이름이 독자분들의 관심과 응원 덕분에 완전해졌다는 걸 느낀다.
모쪼록 이 글을 봐주시는 독자분들께서 댓글로 생각을 얹어 주신다면 앞으로의 결정에 큰 도움이 될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