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련의 표절 사태와 내 개인적인 기록에 대한 오래된 기억장 뒤적이기
아침에 일어나 졸린 눈을 비비며 습관처럼 핸드폰을 들었다.
좀 고쳐야지.. 하면서도 끈질기게 고쳐지지 않는 습관 중 하나.
일어나자마자 유튜브 켜기.
눈 뜨자마자 도파민부터 찾는 내가 참으로 한심하지만, 그래도 이래야 잠이 좀 깨는 걸.
오늘도 이렇게 악착같이 지난한 합리화를 마친 후 유튜브 창의 피드를 내렸다.
의미없는 손가락질.
그러다가 문득 눈길을 끄는 영상을 발견했다.
안동 카페 '호랑이 벽화' 표절 논란..1심 징역형
-안동 MBC-
표절 논란이야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니 텍스트에는 다소 무심했다.
다만,
썸네일 사진 속 그림을 보고 '어..?'
홀린듯 터치했다.
멸종위기종 동물의 정면화를 자신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풀어내어 큰 반향을 일으켰던,
고상우 작가의 그림이었다.
안동의 모 카페가 고 작가의 그림을 표절해서 법정 공방까지 하게 되었다는 내용으로,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 받았으나 카페 업주와 해당 그림을 그린 화가가 판결에 불복하여 항소를 진행한다는 내용이 골자였다.
얼마나 비슷하길래..?
전환된 다음 화면에서 등장한 '그 카페'의 대형 벽화.
아...... 이런....
한 번이라도 고상우 작가의 그림을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모를 수가 없는, 그 특유의 작법 그 자체의 호랑이가 떡하니 그려져 있었다.
에이.. 이게 뭐야......
심지어 더 황당할 노릇은,
카페 업주가 그 벽화를 그리기 전에 고 작가에게 직접 이메일까지 보내어 그림의 사용허가를 요청 했었다는 사실이었다.
작가는 "저작권료를 내면 사용을 허가한다. 그게 아니라면 어떤 방식으로의 복제나 변형도 허용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분명히 못 박으셨단다.
그런데 저작권료는 고사하고 그런 작가의 뜻을 완전히 무시하고 무단으로 작업을 강행한 것이었다.
일반적인 표절범들의 "난 몰랐어요."란 변명조차도 통할 수 없는 상황 아닌가.
더욱 점입가경인 사실은
해당 카페는 상호까지 그림과 관련된 이름으로 정한 것도 모자라, 해당 벽화를 SNS용 포토스팟으로 적극 홍보하여 손님을 끌어들이는 등의 홍보효과를 톡톡히 누렸다는 사실이었다.
다 떠나서 해당 그림이 금전적인 이득으로 연결 되었다면 표절이 맞지..
호랑이를 그렇게 그리고 싶었으면 고상우 작가의 호랑이를 그릴 게 아니라 '당신만의 호랑이'를 그렸어야지..
안타까운 생각이 맴돌았다.
그러고는 잠시 후
문득 몇 년 전에 고상우 작가의 개인전을 방문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어디서도 누구에게서도 본 적 없는, 자기만의 세계를 개척해낸 그 독창성에 그저 감탄하며 돌아봤던 전시로 기억한다.
어떻게 보면 그저 동물을 그린 그림일 뿐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현듯 느껴지는 웅장한 장엄함에 압도되는 감정까지. 절대 흔히 볼 수 있는 '그저 그런 동물의 그림'이 아니었다. 정말 '이 사람'만의 작품이었다.
이토록 강렬한 인상에,
어느 누구도 함부로 이 사람 그림은 따라서 못하겠다.. 생각 했었는데.
간도 크다.
호랑이 얼굴에 나비만 지운다고, 그 옆에 까치랑 나무 조금 추가해서 그린다고 표절이 아니라고 한다면
그 또한 안타깝다.
사실 나는 업주도 업주지만, 업주의 의뢰를 받고 그 그림을 그렸다는 작가가 더욱 안타까웠다.
그 자신도 재능을 가지고 '작가'라는 꿈을 가지고 그림을 전공했을 때는 누구보다 '자신만의 창작'이라는 것의 무게를 함부로 등한시 할 수 없음을 모를 리가 없었을텐데..
그 그림을 끝까지 그리면서 단 한 번도 스스로가 부끄러웠던 적은 없었던 것인지..
판결에 불복해서 항소 한다던데,
그들이 인간으로서, 창작자로서의 최소한의 자존심이라는 게 무엇인지 부디 깨닫게 되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