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 2

전적으로 나의 기억에 의존한 바, 알아서 걸러 보시길 권장합니다.

by 서행하


그래도 이 글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위해 나름 변호라는 걸 해 보자면,

극히 일부의 몇 사람 빼고는 그래도 다들 처음엔 친절하게 대해 주셨습니다.


대충 기억나는 것만 요약해서 간략하게 적었습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불편감을 야기할 수는 있으나 엄청나게 극단적인 이야기는 아닐 수도 있습니다.






2016년 어느 날. P.


손님들 있는 데서 활짝 웃지마. 너 웃는 얼굴 진짜 못생겼으니까.


당황한 내가 진짜 그렇게 못 봐줄 정도냐고 되묻자


어. 진짜 토 나올 정도야.






2017년 어느 날. P.


너 내가 활짝 웃지 말랬지?






2017년 어느 날. P.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다른 매장으로 이동한 P.

나는 아무것도 모른 채 그저 일했다.

이후 얼마간의 시간이 흐른 뒤 어느 쌀쌀했던 늦겨울-초봄 사이의 저녁.

가게 마감을 하던 중 무심코 시선을 돌린 순간 창밖으로 퇴근하던 P를 발견했다.

멍청하게도 그 와중에 P가 반가웠던 나. 부지런히 손을 흔들며 허리 숙여 인사를 건넸다.

그런 나를 발견하고 천천히 유리창으로 다가온 P.

나를 보며 잠시 가만히 웃다가


양손으로 가운뎃손가락을 들어 보이곤 그대로 쌩하니 사라져버렸다.






이 글에 등장하는 인물들 중 유난히 내 외모를 가지고 인신공격을 많이 했던 P.

근데 나 못생긴 거 정도로는 타격이 덜했던 것인지

기억나는 게 저거뿐이다.

다른 건 다 까먹었는데 저것만은 바로 어제 일처럼 생생하다.

난생처음 들어보는 '웃는 얼굴에 대한 욕'이 생각보다 꽤나 충격적이었나 보다.


나는 희한하게도 나에게 무례한 사람들에게 끝까지 친절하고 정중하려고 노력했다. (자랑 아니다)

그게 멍청한 짓이었다는 걸 깨달은 건 내 간장 종지가 산산이 다 부서져버리고 난 뒤였지만.

어쨌든 그때의 나는 세상 물정을 하나도 모르는 어린아이와 다름없었음을.

부끄럽지만 이제라도 털어놓는다.

아니 좀 더 정확하게 정의하자면, 어린아이보다도 개에 가까웠던 것 같다.

가혹하게 학대 당하면서도 주인만 보면 꼬리를 흔들었던, 그런 개 말이다.


(개야, 이런 이야기에 너를 갖다 비유해서 미안하구나.)









매거진의 이전글폭력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