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 4

전적으로 나의 기억에 의존한 바, 알아서 걸러 보시길 권장합니다.

by 서행하


그래도 이 글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위해 나름 변호라는 걸 해 보자면,

극히 일부의 몇 사람 빼고는 그래도 다들 처음엔 친절하게 대해 주셨습니다.


대충 기억나는 것만 요약해서 간략하게 적었습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불편감을 야기할 수는 있으나 엄청나게 극단적인 이야기는 아닐 수도 있습니다.






2019-2020 모든 날. K.


부점장이었던 K.

사회생활을 확실하게 잘했던 K. 그 능력이 부러웠고,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내가 고통스러웠던 것과는 별개로 이 친구는 긍정적인 부분이 그래도 있다고 생각했다.

눈치도 빨랐고, 자신의 입지를 잘 알고 똑똑하게 활용했다.(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점장이었던 H와 특히 잘 맞았던 만큼, 비슷했다.

나를 대하는 행동까지.

좋게 말하면 시니컬했고, 나쁘게 말하면 기본적으로 말하는 어투나 표정에 무례함이 배어 있었다.

그래도 H는 처음 며칠간은 친절한 척이라도 했는데 이 친구는 그마저도 하지 않았다.

입사한 첫날부터 퇴사하는 그 순간까지. 한결같이 무례했다.

내가 끝내 참지 못하고 뒤에 나올 M과 정면으로 부딪혔던 날, K는 M의 편을 들며 이렇게 말했다.


○○씨가 먼저 우리를 그렇게 대했기 때문에 우리가 그럴 수밖에 없었다.


내가 자기들을 불편하게 만들었단다. 그랬단다.

그 앞에 나는 더 이상 어떤 읍소도 해명도 할 수가 없다. 자신들의 모든 무례함과 무도함이 '내 탓'이라는 사람들에게.


원래 이런 사람.

K는 유난히 이 말의 수혜를 많이 입었다. K를 곱게 포장하고 있는, 참 질 좋은 포장지였다.

나에게 어떤 말과 행동을 해도, 심지어 손님에게 불친절하다고 컴플레인을 받아도. 그녀는 회사로부터 너그럽게 용인 받았다.






2019-2020 M.


H랑 K는 그래도 나보다 직급이 높다는 자위라도 할 수 있지, 이 친구는 달랐다.

이 친구도 모종의 이유로 나보다 한참 늦게 입사했지만 같은 동료가 아니었다.

그리고 가장 심각한 멸시로 내게 씻지 못할 모멸감을 준 주인공이다.

너무 많아서 셀 수조차 없고 기억조차 할 수 없다.

그렇지만 이 와중에도 나에게 인상적으로 남은 몇 장면이 있다.






2019년 어느 날. M.


M이 첫 출근하여 나와 점심을 먹으면서 했던 말.


열심히 하는 거는 중요한 게 아니에요.

누굴 알고 누구랑 친하냐가 중요한 거예요.


처음 얼굴 보는 사람에게 당당하게 그런 말을 한다는 게 속으로는 놀라웠지만, 틀린 말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참.. 현실적인 친구라고 생각했다.






2019년 어느 날. M.


이건 나에게 한 말은 아니었지만 너무 충격적이어서 기억하는 일.


어떤 손님이 음료를 주문해서 드시다가 포스로 와서 작은 요청사항 하나를 말씀하셨다.

메뉴 추가 주문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터무니없는 것을 요구한 것도 아니었다. 직원을 하대하며 거칠게 말씀하신 것도 아니었다.

무엇보다 그 손님은 진상이 아니었다.

거듭 부탁하는 손님의 요청을 끝끝내 거절한 그. 거기까지는 괜찮았다. 그럴 수 있다.

그런데 그는 그 손님이 바에서 하는 말을 들을 수 없는 거리까지 멀어지자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내뱉기 시작했다.

지랄은 기본에, 무슨 년, 무슨 년..

무슨 스트레스가 얼마만큼 쌓였길래 그러는지 알 수는 없었지만 이건 아니었다.


내가 그와 한 바 안에서 같이 일하는 동료로 있다는 게 부끄러워지는 순간이었다.

제발 바 밖의 누구도 그 말을 듣지 못했기를.. 마음속으로 빌고 또 빌었다.






2020년 어느 날. M.


하필 그 순간 유난히 바에 음료를 픽업하기 위해 손님들이 몰려있던 상황이었다.

내가 먼저 실수했다. 그에게 빌미를 제공했다는 건 인정한다.

그런데 그는 손님들이 몰려있는 상황이라는 걸 뻔히 알면서 나의 실수에 대해 바 안이 떠나가도록 큰 목소리로 떠들면서 강하게 질책했다.

그는 내 상관이 아니었다. 동료로서 내 실수를 조용히 짚고 지적할 권리는 있을지 몰라도, 공개적으로 나를 질책하고 공격할 권리는 없었다.

겨우 붙잡고 있던 인내의 끈이 끊어지는 걸 느꼈다.

부끄럽지만 그 순간, 그 자리에서 나도 큰 소리를 내지르고 말았다.


안쪽으로 들어가서 둘이 얘기하라는 K의 중재에 M과 함께 백룸으로 들어갔다. 나는 그간의 울분을 애써 눌러보려고 갖은 애를 쓰면서 대화를 이어가려고 했다.

그러나 내가 몇 마디를 내어보기도 전에 M은 이렇게 말했다.


이런 식으로 할 거면 나가세요.


때마침 그러고 얼마 후 회사 대표님이 매장을 방문했고, 나는 마지막 순간까지 고민하다 결국.. 대표님을 따라 나가 퇴사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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