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내게 저지른 폭력
그동안 모든 문제의 원인을 나에게서 찾으려고 얼마나 애썼는지, 사람들은 모른다.
그리고 그 사람들은 내가 피해자의 스탠스를 취하며 주위 사람들을 가해자로 만든다고 말했다.
언젠가 H가 나에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내가 죄송하다는 말을 너무 자주 해서 자기도 내 실수만 보게 된다고.
그것도 잘못이었던 것 같다. 내 실수만 보게 만든 내 잘못.
나는 주변인들을 가해자로 만드는 가해자였다.
내가 조용하지 않고 공치사를 열심히 했다면 상황이 달라졌을까?
동료의 실수를 대놓고 지적하며 다른 사람들 앞에서 소리 높여 그들의 흠을 들추고 그랬다면 상황이 달라졌을까?
실수를 인정하는 대신 들키기 전에 잘 감추고 자연스럽게 시치미를 뗐다면 상황이 달라졌을까?
내가 덜 숙여서 이렇게 되었을까? 더 숙였어야 했을까? 기었어야 했을까?
내가 더욱더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될 수도 있지 않았을까?
별의별 걸 다 후회했다.
왜 나는 그들의 마음에 들지 못했나.
왜 나는 더 노력하지 못했나.
어느 부분을 어떻게 노력해야 했을까.
그렇게.. 내가 나를 가장 가혹하게 찢어발겼다.
나를 태우고 태우고 또 태우다가
다 타고 재만 남은 자리에 엉뚱한 것이 자라기 시작했다.
내가 타고 없어진 바로 그 자리에, 그들이 자랐다.
내가, 나의 태도가, 나의 말이 그들과 조금씩 닮아가기 시작했다.
어렵게 입사한 만큼 너무 간절했던 그 회사를, 1년 만에 퇴사하기로 결심한 가장 큰 이유였다.
K가 내게 했던 그 말이 어느 순간부터는 사실이었던 것이다.
그들이 내게 했던 대로. 나 역시 그들을 비슷하게 대하고 있었다.
도망쳐야 했다. 내가 그들과 완전히 똑같아지기 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