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하고 몇 달 있다가 거의 끌려오다시피 고향으로 돌아왔다.
나는 내 가게를 열었고, 엄마께서 가게를 도와주셨다.
원래 아는 사람이랑 동업하는 거 아니고, 가족이랑은 더 하는 거 아니라고 했던가.
우리 집도 역시 그랬다.
이런저런 의견 충돌로 많이 싸웠다.
집에서보다 더 자주 다퉜다.
여느 때처럼 또 무지막지하게 싸우고 있던 어느 날, 엄마가 한탄을 하며 말씀하셨다.
서울 갔다 와서 애가 완전히 변했다고.
나는 화가 나면서도 한편으론 어리둥절해서 외쳤다.
나 원래 이랬잖아! 나 원래 이러잖아!
그 말에 엄마는 다시 강하게 말씀하셨다.
아냐. 너 원래 이렇게까지 형편없는 애 아니었어!
자기주장이 좀 강하긴 했어도! 너 괜찮은 애였어!!
........
할 말을 잃었다.
내가 결국은 그들과 비슷해져서 그 태도와 행동을 가족에게 보이고 있었다.
나는 또다시 가해자가 되어 있었다.
독한 시집살이를 견딘 며느리가 독한 시어머니가 되고,
가정폭력을 견디고 산 자식이 커서 또다시 가정폭력을 저지른다.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부모 혹은 윗사람에게서 가장 싫었던 부분을 가장 절묘하게 닮는다. 그리고 그걸 그대로 자식 또는 아랫사람에게 대물림한다.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는 대단한 사람들도 물론 존재한다.
하지만 일반적인 흐름으로는 전자의 역사를 답습하는 경우가 흔한 것 같다. 나를 포함해서.
결국 나에게도 그 사람들이 조금씩 덕지덕지 묻었다.
그걸 스스로 인지한 순간이 내 길지 않은 인생을 모두 통틀어 가장 고통스러운 순간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 사람들 때문에 내가 이렇게 된 것인지, 아니면 내가 원래 이런 사람이었는데 본색이 이제 나온 것인지 혼란스러웠다. 내가 원래 그런 사람일까 봐 두려웠다. 수치스러웠고 혐오스러웠다.
길을 걸어가다 콘크리트 벽만 보면 달려가서 머리를 박아 부숴버리고 싶은 충동에 시달렸다.
실제로 박은 적도 있었다. 그리고 갈수록 세게 박았다.
많이 아팠다. 진짜 많이 아팠는데.. 멈출 수가 없었다.
매일 울며 거죽을 벗겨내듯, 열심히 때 타월로 나를 밀어댔다.
이 대목을 쓰다가 갑자기 궁금해졌다. 그래서 거실에 앉아계시는 엄마에게 다가가 새삼 물었다.
엄마가 나 서울 갔다 와서 변했다고 그랬잖아.
그랬지.
지금은 어때 보여? 나 좀 괜찮아진 거 같아?
완전히 예전의 너로 돌아왔어.
나는 안도의 기쁨에 엄마를 꼭 끌어안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