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힘들게 했던 사람아

by seoha

가끔 인생의 바닥이 어디였는지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다 보면 딱 떠오르는 때가 있다. 2024년, 나는 정말 뭐에 홀리기라도 한 듯, 생뚱맞게 반도체 분야에 몸을 담갔던 시기가 있었다. 내 발로 직접 들어간 건 아니었고, 스카우트의 개념으로 들어갔는데 사실 그 당시는 뭐라도 잘해볼 수 있다는 자신감이 가득 찼을 때였다. 두 달 후면 본격적으로 업무가 시작될 것이라는 대표의 감언이설에 넘어갔지만 회사는 반년이 지나도 수주하나 따오지 못했다. 그러면서 대표와의 갈등이 시작되었다. 말 같지도 않은 이유로 구박을 주고, 자르겠다며 협박을 하며 나를 괴롭혔다. 그만둔다고 하니 또 붙잡는 어처구니없는 상황 속에서 박차고 짐을 싸고 나왔는데, 그날은 너무나도 괴로울 정도로 더운 날이었다. 회사 때문에 연고도 없는 곳에 이사를 왔는데... 당장의 대출금과 앞으로의 생계가 막막했던 시기였다. 딱 1년 만의 일이었다.


그런데 돌이켜보면 그 기간 동안 얻은 게 컸다. 나에게 업무 역량이 부족하다고 지적을 했을 때, 나는 엑셀과 ppt를 조금씩 배워가며 늦은 나이에 문서작업에 대한 역량을 키웠다. 회사원으로서의 나 자신을 한번 더 회고해 보고 다음 회사에서는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그리고 전혀 맞지 않는 직종에 머물지 않고 결국 내가 잘하고, 좋아하는 교육 분야로 이직을 했고, 또 원하는 회사로도 갔다.


가끔 꿈에도 나오면 식은땀이 날 정도로 치를 떨던 때가 있었음에도 요즘은 오히려 감사한 게 많다. 그분이 그렇게 나를 달달 볶지 않았으면 나는 여전히 그 상태에서 머물며 어떠한 성장도, 발전도 없었을 테니까. 그동안 다녔던 회사에서는 나를 도와주고 지지해 주는 선배들이 깨나 있었는데 선배들은 늘 나에게 칭찬해 주면 더 잘하는 아이라고 말하며 사소한 것에도 칭찬을 많이 해주셨다. 그런데 이런 강력한 채찍이 마음에 생채기를 낼지언정 나를 더 독기차게 하고 성장시킨다는 걸 왜 이제야 깨달았을까. '진짜 중요한 게 뭔지 모른다.'는 강한 한마디가 비수로 꽂혔는데, 그 당시에 '당신은 뭐 알고 지금 그러시나요?'라고 말하지 못한 걸 억울해했다. 하지만 요즘엔 그 한마디가 아니었으면 나는 여전히 스스로 성과보단 과정과 노력에 집착하면서 살았을지도 모른단 생각이 든다.


나를 힘들게 했던 사람들아. 덕분에 나는 잘 살고 있어. 행복하길 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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