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번 주기적으로 옷정리를 하는데도 왜 이렇게 버릴 옷이 넘쳐나는지 모르겠다. 자주 입는 옷이 있는 반면, 왠지 모르게 손이 잘 안 가는 옷들이 더러 있었다. 언젠가 입겠지 했지만 결국 몇 년을 그렇게 내 옷장 자리만 차지했던 옷들. 원래는 지그재그나 29cm, W컨셉 등에서 제일 판매량이 많은 옷, 혹은 가격이 저렴한 옷 위주로 구매했지만 대다수가 생각보다 자주 입지 않았고, 반면 좀 질 좋은 제품이다 싶은 옷들, 나름 돈을 투자해서 산 옷들은 핏이나 스타일이 나랑 잘 맞았고 그 옷들만 주야장천 입게 된다.
동네에 한섬하우스 아웃렛이 있어 종종 가곤 하는데, 실제 구매로 이어진 적은 많지가 않다. 할인을 한다 해도 가격이 너무 비쌌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난번에 갔을 때는 너무도 내 스타일인 옷이 파격 할인을 하고 있었다. 청바지 한 장에 60만 원을 넘는 고가 제품이었는데 단돈 8만 원에 득템 할 수 있었다. 허리가 조금 크긴 했지만 핏이며, 색상이며 내가 원하던 스타일이라 바로 구매를 하고 수선집에 찾아갔다. 수선집에서 바지를 조금 만져보더니 '역시 명품 옷은 다르긴 하네요.'라는 칭찬을 듣는데 괜히 으쓱했다. 수많은 옷들을 만져보고 수선해 본 분들의 눈에도 좋은 옷은 티가 나기 마련이고, 지금도 내 옷장에 걸려있는 4~5만 원 바지들 사이에서 가장 손이 많이 가는 걸 보면 본능적으로 좋은 옷들을 알고 있는 게 아닐까.
이런 내 생각을 알고리즘이 읽은 건지, 청바지를 고르는 방법과 관련한 유튜브 영상이 첫 화면에 떴다. 바지를 고르는 기준에 대해 섬세하게 이야기를 해준다. 박음질이나 원단, 워싱의 방법, 핏 등 여러 가지 요소로 면밀하게 좋은 바지의 기준을 설명해 주는 영상이었는데 깨나 흥미롭게 보고 나서 바로 옷장으로 향해 나의 청바지들을 잘 살펴보았다. 정말 놀랍게도 예쁜데 이상하게 손이 안 가는 바지들은 영상 속 기준을 모두 충족시키지 못했고 디테일한 부분에서 엉성하기 짝이 없었다. 반면 무난하지만 묘하게 멋들어지고 손이 자주 가는 옷들은 그 기준을 충족시키거나 그 이상이었다.
예전에 엄마는 '싸구려 옷을 입더라도 누가 입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라고 했는데 요즘처럼 선택의 가짓수가 많은 시대에선 통하지 않는다. 넘쳐나는 선택지 중에서 선명하고 똑똑한 것들을 고르려면 그에 상응하는 지식과 안목이 필요하다. 단순히 비싼 것만 추구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청바지를 하나 사더라도 좋음의 기준을 알고 그 기준에 잘 맞는 옷인지 세심히 들여다보면서 구매를 하는 것. 음식을 먹더라도, 이게 나의 체질에 맞는 음식인지, 식재료는 괜찮은 것들인지 한번 더 살펴보고 먹는 것. 그런 사소한 안목들을 키우는 것이 나를 조금 더 멋있는 곳으로 데려다줄 것이라 생각한다.
또다시 버릴 옷들이 생겨버렸다. 이젠 하나를 사더라도 오래오래 입을 수 있는 괜찮은 옷들을 사서 과소비를 막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