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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oha Jun 15. 2024

 퐁퐁시티에 대한 억울한 오해

동탄 시민 석 달 차의 의미 있는 항변 

 동탄에 이사 온 지도 벌써 석 달을 향해가고 있다. 이사를 올 지에 대해 고민을 한 이유가 여럿이었지만 그중 하나가 항간에 떠도는 이상한(?) 이야기들이다. 가장 대표적인 건, 이 도시에 살고 있는 젊은 기혼 여성들을 가리키는 '동탄맘'은 다른 지역의 '맘'과는 달리 상당히 부정적인 어감을 담고 있으며, 소득 대비 영위하고 있는 생활 수준이 높다는 이유로 많은 지탄을 받는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뭐라 한 가지로 명확하게 말하긴 어렵지만, 동탄으로 이사 간다고 말할 때마다 찰나의 순간 포착되는 사람들 표정의 미묘한 변화는 여러 번 경험했다. '퐁퐁시티'라는 귀여우면서 어처구니없는 누명(?)을 처음 들은 날에는 구글에 직접 찾아보기도 했다. 그런 편협한 생각의 조각들을 하나하나 주워 담다 보니 처음엔 지레 겁이 났지만 이사를 강행했던 건, 오로지 '직주근접'이었다. 회사가 동탄에 있으니 출퇴근 시간이라도 아껴보잔 생각 단 하나였다.


 이사를 오고 석 달 동안 지내면서 느낀 점이라면, 나에겐 서울, 아니 전국 여느 도시보다 훨씬 더 좋고 안락한 도시라는 것. 신도시만이 갖고 있는 깔끔함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만족스러웠다. 강남에서 출퇴근할 때 봤던 직장인들의 죽상이 된 표정들은 여기서는 좀처럼 보기 힘들다. 전국에서 가장 젊은 도시라는 명성에 맞게 출근길에서도 느껴지는 활기는 나를 더 이 도시에 매료되게 만들었다. 생각보다 커뮤니티에서 질탄 받는 그런 사람들은 아직 한 번도 만나보지 못했다. 오히려 말을 걸면 더 친절하게 대해주면 대해줬지.


 무엇보다 나를 가장 끌어당겼던 건, 걸을 수 있는 꽤 규모 있는 공원이 정말 많다는 건데, 그 중에서도 피부로 느껴지는 생기넘치는 분위기다. 부모들은 아이들과 함께 나와 가벼운 스포츠도 하고, 자전거도 타면서 웃음이 여기 저기서 번져간다. 반려견들을 데리고 나와 걷는 사람들, 그리고 어딜 가나 파이팅을 외치며 열심히 달리는 수많은 러닝크루를 비롯한 각종 스포츠 동호회 모임은 이 도시에 활력을 더해준다. 혼자의 삶에 익숙해져 있던 나에게, 귀 넘어 들려지는 사람들의 다정한 목소리는 나를 향하지 않더라도 그냥 그대로 좋았다. 한껏 신나 소리 지르는 아이들의 목소리도 더 이상 날카롭고 짜증 나게 들리지 않는다. 그냥 그대로 좋았다. 아직도 결혼에 대해 구체적인 청사진을 그려보진 않았지만, 저렇게 화목한 가정을 꾸릴 수 있는 삶이야 말로 진정으로 내가 바라던 게 아닐까 싶던 순간이 더러 있었다. 


 이 도시에 있노라면, 눈에 보이지 않는 행복만을 좇아 의미 없는 레이스를 달렸던 내게 '행복은 멀리 있지 않다'는 걸 온 마을 사람들이 알려주는 것 같다. 각자의 내막은 모르겠지만, 적어도 석 달 산 내가 느낀 이 도시는 삶의 균형을 잘 맞춰가는 사람들이 모인 공간이다. 앞으로 이 도시의 삶이 더더욱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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