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없는 세상에서 아이를 키웠다면 어땠을까?
상상하기도 싫다.
김은 하늘이 엄마를 위해 주신 선물
식사를 위해 주신 선물이다.
예전에 인터넷에 톰크루즈 딸이 한국 조미김을 들고 거리를 활보하는 사진을 봤다.
그래 우리만 먹는 게 아니었어
대한민국 김의 바삭함과 짭조름함
얇은 김이 입안에 들어가 혀에 붙어서 사르르 녹을 때 느껴지는 고소함까지
식품 알레르기가 있는 아이도 김은 마음껏 먹을 수 있다.
김은 완벽한 식품이다.
우리 애들은 아침에 간단히 밥에 김을 싸 먹는다.
밥은 먹어야겠는데 아침에 반찬까지 먹기는 부담스러운가 보다.
뭐 나야 땡큐지
일어나면 따끈한 흰밥을 퍼서 미니 선풍기로 휘릭 한번 식혀주고 비닐장갑을 왼손에 촥 낀다.
김 한 장에 밥 한 숟가락 올리고 반 접어 한 번 쥔다.
김과 밥이 한 몸이 되면 반 잘라서 먹기 좋은 크기로 만들어 아이들 그릇에 촥촥 쌓아두면 아침 준비 끝!
숟가락 하나 쥐어주면 된다. 특별히 씹을 것도 없으니 등교, 등원시간 맞추기도 쉽고 훌륭한 아침밥이다.
'어? 벌써 김을 다 먹었네 이따 애들 가면 마트에 김 사러 가야겠다.' 주방선반에 쟁여둔 김이 한 개 남았다.
김 싸 먹여 후다닥 애들을 보내고 마트에 갔다.
마침 행사를 한다. 도시락김이 16개 가격인데
2배인 32개를 준단다. 원래 먹던 김은 아니지만
'뭐 김이 다 거기서 거기지'
싸게 잘 사서 뿌듯한 마음에 집에 와서 주방 서랍에 차곡차곡 테트리스를 했다.
다음날 아침 새로 사 온 김에 밥을 싸서 아이들 그릇에 또 촥촥 쌓아서 줬다.
첫째가 한 개 먹더니 묻는다.
"엄마 이거 우리 먹던 김 맞아?"
"아니 어제 새로 사 왔는데 뭐가 달라?"
얘가 어떻게 알았지 놀라서 물었다.
"어 완전 달라 이건 맛없어. 나 오늘은 시리얼 먹을래"
라며 김+밥이 담긴 그릇을 밀어낸다.
망했다. 행사해서 32개짜리 샀는데 하...
맥주 마실 때 안주로 해치워야겠다.
이제 싸다고 막 사지 말아야지
얇디얇은 김.
소금과 기름만 들어간 김이라도
다 같은 김이 아니다
좀 비싸도 먹던걸 살걸 그랬다.
내가 구워서 참기름 발라 소금 뿌려 내놓는 김은 아니지만
"엄마 이번에 산 김도 괜찮네" 소리가 듣고 싶었나 보다.
사서 먹는 음식은 "맛있다 이거 뭐야? 엄마가 한 거야" 소리를 들으면 왜 살짝 움츠러드는지
내가 안 했는데 맛있다고 하면 아주 약간의 죄책감이 들기도 하고 내가 한 게 아니라고 말하면 실망할 것 같은...
"어! 엄마가 사 왔어 이번 반찬가게 괜찮지! 밀키트 잘 골랐지!"
당당하게 말할 거다
마트에서 김을 살 때도 엄마들은 들었다 놨다 이게 나을까 저게 나을까 고민한다는 걸 이 글을 보는 누군가는 알아주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