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강서희 Sep 12. 2018

아무도 모른다

다시 한번 천사는 나를 돌아볼까..


체념된 눈빛과 무표정에서

소년에게 얹힌 삶의 무게가

내 가슴을 짓누른다.



먹먹하다.


아이들에게 닥치는

감당하기 버거운 시련들이,

눈물조차 흐르지 않는

침묵의 표정을 만들어 낸다.


작은 옷장 안에서 엄마 옷을 끌어 안고 있는 소녀
아버지가 다 다른 네 형제.. 엄마는 또 새 애인을 만나 큰 아이에게 어린 동생들을 맡기고 집을 떠난다.


몇 달만에 부쳐온 돈 몇 푼과 함께 봉동한 엄마의 짧은 메모.


침묵의 표정..

아이들은 체념의 표정을 짓는 것 조차도

버거워 보인다.


삶이 이렇게 힘겨운데,

그런데.. 아무도 모른다!


도움이 간절해서 거리로 나와 봤지만 세상 누구에게도 청할 사람이 없다.

무서운 무관심이다.

누구의 책임인 건가?


동생을 가슴에 묻고 돌아오는 길,

의미 없는 상념

의미 없는 지친 발걸음..


죽은 동생을 담은 트렁크의 무게보다 더 무거웠을 소년의 마음


우연히 알게된 소녀의 도움을 얻어 죽은 동생을 하네다 공항에 묻고 돌아오는 지친 발걸음. 그러나 소년의 마음은 그 보다 더 지쳐있을 테다.


 흐르는 노래가

아이의 마음을 대변해준다.


가슴이 미어진다..ㅠ


한밤중에 하늘에게 물어보아도
별들만 반짝일 뿐

마음에서 흘러나온 물이
검은 호수로 흘러갈 뿐

다시 한번 천사는 나를 돌아볼까
내 마음에서 물놀이를 할까

겨울바람에 내 눈물이 흔들리고
어둠 속으로 날 인도한다.

얼음같이 차가운 눈동자로
나는 커가고

누구도 가까이 갈 수 없는
악취를 풍기는 보석


https://youtu.be/09HCYhACygU

아무도 모른다 ost


물도 전기도 가스도 끊긴 네 형제의 고된 삶..


얼음같이 차가운 눈동자로 나는 커가고..


그래도 행복했던 철없는 엄마와의 한 때..


집 나간 엄마의 소식이 끊기자 동생들의 아빠를 찾아가 어렵게 도움을 구걸하는 오빠의 표정에 원망은 없고 그저 수줍기만한 모습이 말갛다.


이런 일이 도쿄 도심 한복판에서

실제로 일어났던 실화라니

믿기지 않는다.


이 글을 쓰기 위해

아이들의 표정들을 캡처하면서

미안한 마음에 내내 죄스런 기분이었다.


이 영화는 2004년 작품으로,

최근 국내에서 개봉한 <어느 가족>의 감독

일본 영화의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작품이다.


소년 아키라역의 야기라 유야는

이 작품으로 칸 영화제에서

최연소(12) 남우 주연상을 수상했다.









작가의 이전글 자전거 탄 소년 The kid with a bike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