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보다 조금 먼저 아팠고, 나보다 조금 먼저 어른이 된 사람. 내게 길을 열어주고 조용히 사라진 사람. 삶의 한 시기를 함께 지나간 사람. 나에게 선배란 그런 존재다. 그러나 사실 그들도 불안했고, 조심스러웠고, 스스로를 믿지 못하는 순간이 있었을 거라는 것을 그땐 알지 못했다. 연차가 늘고, 삶의 위기가 늘어날수록 그때 내 앞에 있었던 선배들의 표정을 내 안에서 자주 떠올리게 된다. 녹록치 않은 삶 속에서도 여유를 잃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그들의 모습을.
아이들을 키우며 나는 날마다 선배가 된다. 살아있는 메뉴얼이 되어야 하고, 무너지지 않는 기둥이어야 한다. 그래서 더 신중해지고, 외로워지고, 생각이 많아지고, 말수가 줄어든다. 실은 나도 모르겠고, 불안한데. 괜히 자신있는 척, 괜찮은 척을 한다. 그게 내가 부모로서 ‘선배’라는 자리를 지키는 일인 것 같아서. 무심하게 던졌지만 삶의 통찰력을 느끼게 해주는 따뜻한 말 한마디. 조용히 챙겨주는 점심식사. 따뜻한 티 한 잔. 나보다 먼저 퇴근하며 어깨를 톡 쳐주던 손. 이제는 안다. 선배라는 사람은, 정답을 알려주는 사람이 아니라 먼저 실패해본 사람, 먼저 포기하지 않고 버텨본 사람, 먼저 울었다가 웃게 된 사람이라는 걸.
감사하게도 나도 누군가의 선배로 살고 있다. 완벽하진 않지만, 누군가를 밀어내지 않고, 그저 함께 서 있으려는 마음 하나로. 그리고 언젠가 누군가가 나를 떠올릴 때, “그 선배는…참 이상하게 따뜻한 사람이었어”라고 기억해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