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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희 Dec 18. 2021

어떤 글을 써야 하나요?

에세이스트 지망생의 원초적 고민

브런치작가 승인을 받은지도 벌써 몇개월이 지났다. 작가승인을 받기위해 썼던 글 3편과 당시 공모전에 응모했던 글 1개를 제외하고 지금까지 어떤 글도 올리지 못했다. 새 직장과 독립을 하며 바뀐 일상에 적응하느라 바쁘기도 했지만 쓰려면 쓸 수 있는 시간은 언제든 있었다. 그런데 노트북 앞에만 앉으면, 빈 공간에 깜빡이는 커서만 보고있자면.. 정말 아~무것도 떠오르질 않았다. 이렇게까지 백지일 수 있나 싶을정도로.

사실 지금도 무얼써야할 지, 나는 무얼 쓰고 싶은지, 내가 전하고 싶은 메세지는 무엇인지 모르는건 마찬가지.

모르는 덕분에 오늘의 글감이 하나 생겼다. '어떤 글을 써야 하나요?'


나는 평소에 일기외에는 잘 끄적이지도 않는 주제에 생각은 거창한 편이라 세상에 내 글 한자락 내보이는데에는 검열할 것들이 너무 많았다. 과연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글인가? 누군가에게 울림을 줄 수 있는 글인가? 누군가 읽었을때 한명이라도 잘썼다고 생각할 수 있는 글인가 등등등.. 일기만큼은 거침없이 쑥쑥 써내려가는거 보면 할 말은 굉장히 많은게 분명한데 말이다. 처음 가입했을 때 써놓은 소개말을 보니 '생각은 많으나 발화량이 적은 사람이라 글을 쓰기로 했다'고 적었는데 여전히 생각만 많고 발화량은 적었구나. 


10대시절에는 제법 거침없이 말하는 학생이었다고 생각헀다. 성인이 되어 돌아보니 거침없는걸 떠나서 그냥 '거칠다'에 가까웠다는 걸 깨달았다. 부끄러운 과거의 언행을 반성할 수 있을만큼 철이 든 후부터는 말습관을 고치는것에 20대의 반을 바쳤다고 해도 무방하다. 그러다보니 아이러니하게도 지금은 아예 말 자체를 못하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다른 사람의 기분을 생각하며 말을 하려던게 그냥 다른 사람의 눈치만 보느라 할말도 못하는 사람이 된 것이다. 왜 늘 중간은 없는지. 


어릴땐 말을 잘해서 글쓰는 재주도 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말을 잘 못해서 글이 편한 사람이 되었다.

어느쪽이 더 좋은건지는 사실 잘 모르겠다. 그냥 지금은 글을 씀으로써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하고싶다. 어떤 글을 써야할지의 답은 그냥 쓰고 싶은 글을 쓰면 된다였구나. 이 간단한걸 그동안 왜그리 어렵게만 여겼는지.

역시 시작이 반이라는 말은 진리다. 자꾸 미루지만 말고 한번 써볼까? 한 것이 벌써 이만큼이나 써내려왔고 그동안의 고민에 대한 답도 얻었으니.


무슨 글을 써야 좋을지 모르겠을땐 그저, 그냥, 써봅시다. 

무슨 글을 써야 좋을지 모르겠는것도 글감이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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