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오늘날 전시장 곳곳에 놓인 포스트잇과 태블릿,
그리고 “자유롭게 참여하세요”라는 문구는
관객에게 선택권을 부여하는 장치처럼 보인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관객이 체감하는 피로도는 이전보다 높아졌다.
참여가 더 이상 경험의 확장이 아니라,
전시의 여백을 메우기 위한 기획적 도구로 기능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관객은 자신의 행위가
질문지로 수집되고, 의견으로 분류되며,
데이터로 정리되는 과정 속에서 유희가 아닌
수행의 압박을 경험한다.
이때 참여는 자발적 선택이 아니라,
이미 설계된 흐름 안으로 편입되는 하나의 과제가 된다.
이 연재는 참여를 더 많이 유도하는 기술을 다루지 않는다.
대신 관객이 기획자의 의도에서 벗어나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은 상태'로 머무를 수 있는 구조,
즉 ‘참여하지 않을 권리’가 보장될 때
비로소 발생하는 상호작용에 주목한다.
참여형 전시가 직면한 피로의 원인을
감정의 문제가 아닌 구조의 문제로 바라보고,
관객의 행위가 결과물이 아니라 흔적으로 남는
새로운 ‘참여의 아키텍처’를
하나의 설계 언어로 제안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