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음과 돌봄의 리듬

- 반복되는 소리들 사이에서

by 서히

하루의 대부분은 소음으로 채워져 있다.

의미를 묻기도 전에 먼저 닿는 소리들.

알람 소리, 문 여는 소리, 누군가를 부르는 목소리, 물 흐르는 소리,

그리고 짧은 한숨들.

이 소리들은 특별할 것 없기에 대개 기억되지 않은 채 휘발된다.

하지만 나는 가끔 이 소리들이 하루의 거대한 리듬을 만들고 있음을 느낀다.

돌봄의 시간에는 늘 소음이 따라다닌다.

고요히 집중하는 순간보다 무언가를 끊임없이 처리하고,

반응하며, 반복해야 하는 소리가 더 많다.

누군가에게 말을 걸고, 대답을 하고, 다시 부르고, 또 움직인다.

그 소리들은 아름답지도, 정교하게 정돈되지도 않았지만

이상하게 사라지지 않고 몸에 남는다.

귀가 아니라 몸이 먼저 기억하는 소리들이다.


나는 작업 중에 이 소음들을 자주 떠올린다.

선을 긋는 리듬, 색을 올리는 속도,

멈추는 타이밍이 어딘가 돌봄의 리듬과 닮아 있기 때문이다.

돌봄은 찰나의 집중보다 꾸준한 반복에 가깝고,

번뜩이는 영감보다 묵묵한 지속에 가깝다.

특별한 순간을 기다리기보다,

매일 같은 일을 기어이 해내는 시간의 힘이다.


그래서인지 작업을 이어갈수록 나는 점점 큰 소리보다

작은 소리에 예민해진다.

잘 들리지 않지만 계속 반복되는 소리,

쉽게 지나치지만 끝내 사라지지 않는 소리들. 그

소리들은 나를 방해하기보다

내가 어떤 속도로 살고 있는지를 조용히 알려준다.

지금 너무 빠른지, 무뎌졌는지,

어디쯤에서 숨을 고르고 싶은지 말이다.


소음은 언제나 피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삶이 계속되고 있다는 하나의 증거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돌봄은 그 소음을 없애는 일이 아니라,

그 안에서 계속 반응하며 나만의 리듬을 만들어가는 일이다.

오늘도 나의 작업실에 완전한 고요란 없다.

창밖에서는 삶의 소음이 들려왔고,

안에서는 붓이 캔버스를 스치는 작은 마찰음이 났다.

그 두 소리가 서로 겹쳐진 채 하나의 리듬처럼 흐르고 있었다.

나는 그 리듬 안에 머물며, 오늘의 작업을 계속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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