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말보다 먼저 건네지는 감각들
우리는 말을 통해 서로를 이해한다고 믿는다.
무엇을 생각하는지 설명하고, 감정을 표현하고, 그 의미를 나누며 관계를 만들어간다고 여긴다.
하지만 가만히 돌아보면,
우리는 말을 내뱉기 전부터 이미 서로에게 무언가를 전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어떤 사람과 함께 있으면 이유 없이 마음이 편안해진다.
특별히 따뜻한 말을 건네지 않아도 곁에 있는 것만으로 긴장이 풀린다.
반대로 어떤 만남은 설명하기 어려운 불안을 남긴다.
겉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어 보여도,
대화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묘하게 마음이 무거워진다.
그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말의 내용 때문일까, 아니면 말 이전에 이미 흐르고 있는 어떤 상태 때문일까.
우리는 종종 이를 ‘분위기’라고 부르지만,
그것은 단순한 기분 이상의 무엇일지도 모른다.
보이지 않지만 분명하게 느껴지는 흐름,
설명되지 않지만 선명하게 전달되는 상태.
어쩌면 우리는 생각을 전달하기 이전에
이미 어떤 결을 서로에게 건네고 있는 존재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어떤 말은 내용과 상관없이 위로가 되고,
어떤 말은 정확함에도 불구하고 마음에 닿지 않는다.
말은 같을지라도
그 말이 실려 오는 방식은 같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같은 문장을 말하면서도 전혀 다른 것을 전달할 수 있는 존재들이다.
어쩌면 우리는 말이 아니라,
우리 안에 머물고 있는 상태와 결로 서로를 흔들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 생각은 더 깊은 질문으로 이어진다.
우리가 품고 있는 어떤 꿈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어떤 선택은 유난히 조급하고 불안한 방향으로 우리를 끌어가고,
어떤 선택은 이유 없는 고요한 확신을 남긴다.
겉보기에는 비슷한 선택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서 흐르고 있는 감각은 분명히 다르다.
우리는 그것을 ‘판단’ 혹은 ‘직감’이라 부르기도 하고,
때로는 설명할 수 없는 확신으로 느끼기도 한다.
어쩌면 그것 역시 어떤 종류의 감응(感應)일지도 모른다.
눈에 보이지 않는 방향과 우리의 내면이 맞닿는 순간.
그것이 어디에서 오는 것인지 정확히 정의할 수는 없지만,
우리는 분명히 그 미세한 차이를 느낀다.
그래서 다시 묻게 된다.
우리는 과연 무엇으로 서로에게 닿고 있는 것일까.
말일까,
의미일까,
아니면 그 이전에 이미 존재하는 어떤 상태일까.
어쩌면 우리는 생각을 주고받는 존재이기 이전에,
서로의 상태를 미세하게 흔드는
하나의 진동하는 존재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관계는 이해로 완성되기보다,
설명할 수 없는 방식으로 조금씩 영향을 주고받으며 만들어진다.
이해하기 전에 이미 닿아 있는 것들,
말보다 먼저 건네지는 감각들,
그리고 설명되지 않아도 분명히 느껴지는 어떤 방향.
그 보이지 않는 흐름 속에서
우리는 이미 서로와 연결되어 있는지도 모른다.
우리는 말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는 존재가 아니라,
어쩌면 서로의 상태를 전이시키며
관계를 만들어가는 존재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