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 속에서 어떻게 질서가 생겨나는가

우연과 흔들림이 만들어내는 보이지 않는 구조

by 서히

혼돈이란 무엇일까.
우리는 보통 그것을 통제할 수 없는 상태,
방향을 잃은 혼란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작업을 하다 보면
혼돈은 사라져야 할 것이 아니라
통과해야 할 상태라는 생각이 든다.

형태가 아직 정해지지 않았고,
의미가 아직 굳어지지 않은 상태.
그래서 오히려
가능성이 가장 많이 열려 있는 시간.


나에게 혼돈은
질서가 무너진 순간이 아니라
질서가 태동하는 자리다.


혼돈은 우연이 아니라 누적이다

캔버스 위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우연—
흘러간 물감, 멈추지 못한 선,
의도와 어긋난 흔적들.

그것들은 혼돈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우발적 사건이 아니라
시간이 누적된 결과다.


손이 움직인 속도,
망설였던 순간,
숨을 고르던 시간들이 형태 없이 겹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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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히(徐熙). 끝난 줄 알았지만 사라지지 않은 것들을 기록하는 예술가. The Residue Collector &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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