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모니터를 꽤 뚫어보는 모니터링
관심과 관심법
매일 매일 뭐하느라 그렇게 바쁜지 모르겠지만 팀장은 실무도 잘 해야 하고 팀원들에 대한 관리능력도 뛰어나야 한다. 관심과 관심법을 둘 다 가지면 좋겠다. 다만 그걸 둘 다 갖고 있는 팀장은 드문 것이 현실이다. 이론적으로는 어떤 일을 시작할 때 목표에 대해서 합의하고 일의 진행순서와 방법, 목표기일을 정하고 진행하라고 이야기하지만 시시각각 변화하는 상황과 윗 분들의 변덕, 책임지는 사람이 모호한 일들이 절반이 넘는 조직생활에서 스마트기법(SMART)을 쓰며 스마트(smart)하게 일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스마트기법(Specific, Measurable, Achievable, Realistic, Trackable)은 정말 여러 가지 말들이 많지만 Attainable, Action-oriented, Agreed, Relevant, Time-limited, Time-based, Time bounded 등등 여튼 종합해 보면 구체적이고 측정 가능하고 실천가능하고 현실성 있고 기한이 명확하고 뭐 그런 얘기들이다. 결국 현실적인 목표를 세우고 일을 추적하고 모니터하면서 완성해야 한다는 것인데 일을 하다보면 이런 원칙들은 온데 간데 없고 깡패가 되거나 바보가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지나친 관심을 보이면 스토커처럼 보일거고 팀원에게 '알아서 열심히 할게요'가 돌아올 것이다. 제발 좀 내버려 두라는 얘기다. 아니면 다른 팀원들과 단톡방에서 나를 집착의 대명사, 정신병자로 만들 것이다. 반면에 너무 앞서가서 강한 통찰력과 직관을 기반으로 일의 본질을 꽤 뚫어보면 호불호가 갈릴 것이다. 맞아 떨어지면 우리 팀장은 대단한 사람, 속일 수 없는 사람, 일을 잘 하는 사람이 될 것이고 예측이 빗나가면 그냥 사기꾼, 구라쟁이가 될 것이다. 있던 실력도 없는 사람으로 치부될 게 뻔하다. 그래서 팀장은 관심과 관심법의 경계선에서 외줄타기를 해야 한다.
어느 날 나에게 훅 들어오는 질문
한 팀원이 아침에 출근하자 마자 내가 그날 오전 11시에 보자고 약속했던 기획안을 가지고 미팅을 요청했다. 같이 살펴봤다. 내가 보는 기준으로 허술한 면이 많아서 그 친구에게 질문을 던졌다. 조사한 내용 중 우리가 사업화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그게 왜 우리 회사가 해야 하는 사업일까? 신규 사업에 투입될 예산은? 몇 가지 질문을 하고 나니 큰 그림을 보지 못했던 기획안에 보완할 부분이 생겼다. 다만 그건 나도 그 전체를 보고 있을 때 가능한 일이다. 과거와는 달리 요즘 팀원들은 팀장에 대한 리스펙트(존중)가 상대적으로 적다. 자신이 팀원이었을 때를 생각해 보면 답이 쉬운데 내가 사원이었을 때 팀장은 너무 커보였고 '나는 저 자리에 갈 수 있을까? 저 자리에만 있어도 엄청 회사생활이 편하겠다'라는 생각을 했다. 질문은 뭔 질문. 그냥 상명하달이었다. 명령하면 듣고 실행 못하면 두들여 맞고가 일상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시대가 아니다. 팀원이 묻는다. 일에 대한 나의 예측에 대해서 '팀장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해 보셨어요? 해 보셨으면 저한테 좀 가르쳐 주세요'등 나를 멘토이자 팀장, 선생님으로 생각하고 싶어한다. 정말 생각하지 못했던 현실이기도 하고 때로는 지쳐서 피하고 싶기도 한데 나에게 들어오는 질문과 도전을 넘길 수 있다면 팀원들의 참여를 이끌어 낼 수 있는 힘이 되지만 그렇지 못하면 나는 정말 혼자가 된다.
인성이나 태도로 치부할 수 없다.
관심법을 쓰려고 해도 궁예처럼 나는 미륵이라고 믿어주는 사람이 있어야 가능한데 그건 정말 어려운 일이다. 팀원들의 도전적인 질문에 지치다 보면 나도 모르게 '어떻게 배웠길래, 이런 태도로'라는 아주 바닥의 본질적인 인성이나 태도 문제, 세대 간의 차이를 걸고 넘어지게 되는데 이 또한 나에게 유익하지 않다. 그렇게 거리를 두고 이야기를 하기 싫어지다 보면 또 다시 나만 혼자 남게 된다. 일은 그래도 남은 채로, 과거보다 팀원들은 많은 변수를 고려하고 나에게 별 다섯 개를 기준으로 평점을 준다. 상사를 모신다는 생각은 집에 놓고 온지 오래다. 이제는 쌍방의 배려가 필요한 시대이지. 내가 위에 있는 시대가 아니다. 치사하게 인성이나 태도를 운운하는 것도 좋아보이지는 않는다. 실질적인 팀장 생활에 보탬이 되는 것도 아니고, 나만 힘들어 진다. 나만의 룰이나 가이드에 불과할지라도 원칙을 가지고 팀원들을 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