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인적 자원에 대한 고찰
사람이랑 하는 일이라 사람이 중요하다.
정말 힘든 사람들이 있다. 지금까지 만난 사람들 중 따지면 어마어마한 숫자이겠지만 팀장이 되고 나면 팀원을 마음대로 선택할 수 없어 힘든 나날들이 계속 되곤 한다. 인재(人材)와 인재(人災) 그리고 인재(人在) 예전에는 진짜 훌륭한 인재인지 인적 재앙인지를 구분했다면 요즘은 그냥 있는 인재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언제나 누구에게나 말하듯이 잘하는 사람은 별로 신경 쓸 일이 없다. 그냥 그들에게 적절한 보상안만 제시할 수 있으면 된다. 회사가 그렇게 해 줄 상황이 아니라면 그들이 최소한 나와의 관계나 일에 대한 전문성을 좀 더 향상시키고 싶어서 우리 팀에 남겠다는 생각만이라도 들게 만들면 된다. 그런 사람들은 유지(Retention)가 제일 큰 관건일 뿐 해 온 일에 대해서 딴지를 걸거나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기분 나쁠 피드백을 안하면 된다. '우쭈주 엄청 잘해요' 정도의 칭찬은 아니더라도 한 일에 대해서 객관적으로 인정하고 깎아내리지 않으면 되는 것이다.
어차피 사람이 하는 일인데 완벽하지 않을 수 있고 가끔 의도치 않은 실수도 발생할 수 있다. 다만 그걸 색안경을 끼고 보거나 팀장인 자기 자신보다 뛰어나다고 해서 질투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질투하고 밟아야 겠다는 생각을 하는 그 순간 팀장인 당신은 꼰대 정도가 아니라 마름이나 완장이 되는 것이다. 직장생활이 과거처럼 정년까지 가지도 못하기 때문에 선후배 관계와 네트워크는 더 중요할 수 있는데 그걸 생각하지 않고 조직에 충성한다는 생각에 그릇된 충성심을 발휘하는 것은 제로섬도 아닌 마이너스 게임이 될 공산이 크다.
회사의 경영상태가 극에 달한 날이 있었다.
팀장이라면 부족한 팀원도 포장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어쩌면 내가 더 양질의 인력과 함께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큰 차원에서 보면 모순되고 조직의 병폐를 제거하지 않고 나만 아니면 된다는 생각일 수 있지만 자신이 해결하지 못하는 일이라면 굳이 짐을 지고 가지 않다고 된다는 생각이 든다. 안되는 사람이 노력해서 점점 나아질 수는 있지만 획기적으로 잘되는 것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사람이 하는 일이라 사람이 중요한데 팀장을 하다보면 팀원들 때문에 악에 받쳐서 그들을 밧데리 취급하고 싶어할 때가 있다. 그 때 스스로를 바로 잡아야 한다. 당신은 팀장이 사장이 아니다. 그리고 선발된 자원에 대해서는 그렇게 쉽게 아웃시킬 수 없다. 가끔 그런 사실을 간과할 때가 있지만 영악한 팀장이라면 바보도 천재로 포장해서 자기 손을 떠나게 만들 수 있어야 한다.
여러 사람을 휴직시키거나 현장으로 보직을 전환시키거나 권고사직 시켜야 하는 날이 있었는데 여러 팀장 중 약삭 빠르기로 소문한 한 팀장이 우리 팀의 한 명의 자원을 데려가고 싶어서 나에게 솔직한 답변을 원했다. 그 친구는 우리 팀에서 하는 일을 생각하면 중하정도의 업무능력을 가진 친구였는데 그 팀으로 가면 정말 답없는 일들을 맡아야 하는 허드렛일 전문이 되어야 할 것 같았다. 잠시 생각했다. 우리 팀도 인원을 줄어야 하는 입장에서 휴직이나 권고사직 보다는 타 팀으로의 전출이 회사에 남고 싶어했던 그 친구한테 더 나은 선택이기는 한데 과연 그 팀에 가서 잘 지내며 자기 역할을 할 수 있을까?
그 때 순간의 선택으로 그냥 그 친구를 잘 포장해서 보냈다. 없는 얘기 한 것 아니지만 우리 팀에 있는 것보다는 낫다는 생각도 있었고 그 친구의 생존을 위해서 그리고 나도 원망듣고 싶지는 않았다. 강점과 보완점이 있다면 강점을 부각시켜서 보냈을 뿐인데 거짓말을 한 것 같아 마음은 찜찜했다. 하지만 살다 보니 그래야 할 경우는 많았다. '안되는 사람일수록 전출기회가 오면 능력자로 만들어줘라'라는 노련한 선배들의 충고는 때로는 나에게 약이 되기도 했다. 위기가 오면 더 빛을 발했다고나 할까?
인재(人在)는 인재(人材)가 되기도 한다. 그럼 인재(人災)는?
사람이 가장 바뀌기 어려운 존재이고 더 깊이 들어가면 사람의 태도나 생각을 바꾸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든다. 누군가는 인력을 개발하는 입장에서 그런 얘기하면 안되는 것이 아니냐고 이야기하지만 기업이라는 데에서 사람을 바라보면 사람은 성과를 내야 하고 교육훈련과 업무경험이라는 기회를 팀장이 만들어 줄 수는 있지만 변화해야 하는 것은 결과 자기 자신이다. 어느 날 갑자기 번개를 직접 맞은 것 같이 변하는 사람도 있다. 소수에 불과하지만 어떤 계기가 사람이 변하는 터닝포인트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사람을 계속 만나고 훈련시키는 입장에서 보기에는 인재(人災)를 한 계단이라도 오르게 하는 것이 더 보람차긴 하다.
사람에게 긍정성을 가지고 동기부여, 코칭 등등 여러 좋은 툴을 써서 개발하는 것은 힘들고 어려운 고행 길이다. 선배들의 말처럼 안 하는 게 더 나을 수도 있다. 나도 천년만년 회사를 다닐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살면서 누군가에게 새로운 계기를 마련해 주고 기회를 준다는 것은 리더로 하기에는 멋진 일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