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와 나(2)

by 오얼 OR

지금은 고인이 되었지만 나는 신해철이라는 가수의 팬이다. 중고등학교, 대학을 다니면서 그의 노래를 줄기차게 들었고 그냥 흔하게 지나가는 유행가의 가사와는 달리 그가 쓴 가사에는 철학이 있다고 생각했다. 재미없어 보이지만 그가 만든 노래 안에는 사람이 사는 삶이 들어 있었다. 청소년 시절부터 공부하기 싫어서 하는 고민에서 중년이 된 나이에 떠나간 이를 그리워하는 마음까지 인생사 희노애락이 있다면 그가 남기고 간 그 노래 안에 모두 들어있다고 지금도 생각하고 있다.

그의 노래에 나오는대로 내 아버지도 나에게 마음을 닫은 적은 없다. 어릴 때부터 늘 리더였고 언변이 좋다는 말을 많은 들은 나지만 집에서는 할 말이 없었다. 스물 다섯에 군대를 제대하고 나와서 아버지와 마주할 때까지 진지하게 대화를 나눠본 적도 하기 싫다고 말해 본 적도 없는 삶이었다. 그래서 함께 한 시간은 적지 않지만 아버지와 대화다운 대화를 나눈 기억도 별로 없다. 그냥 해라와 하겠습니다의 연속이었던 것 같다.

지방에서 올라와 힘들게 자리잡고 사는 부모님에게 내가 뭔가 해주어야 한다면 공부를 열심히 잘하는 것 뿐이라고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엄청 잘하는 건 아니었지만 나름이라는 변명으로 할 수 있는 노력을 기울였다고 생각한다.

그 또한 나이 40이 넘고 알았다. 그 전까지는 기억이 별로 없을 정도로 이기고 견디고 정면돌파하기 위해 살아온 시간이 전부였던 것 같다. 깨달음의 경계선을 지나 나 자신을 돌아보고 나와 내 자녀 그리고 부모님을 다시 바라봤을 때 나는 무엇을 위해서 이렇게 사는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부모의 기대와 지원해야 하는 자식, 나는 어디쯤에서 어떻게 살고 있는가라는 생각이 공황과 우울함으로 이어졌다.

그와 다른 내가 되고 싶었다. 내 아들에게는 아버지와는 다른 방향의 아버지가 되고 싶었다. 이미 그를 많이 닮아있던 나는 그게 쉽지 않았다. 사춘기 아들과 부딪치고 그게 아내와 싸움이 되고 가족을 힘들게 하는 요인이 되었다. 생각을 고치고 마음을 달리 먹고 조율하는데만도 5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그 사이 아버지는 떠나가셨고 아들은 대학생이 되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아버지와 나(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