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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혜빈 May 01. 2017

REAL 공공재

프레임을 넘어선 공공재의 진정한 가치  


* 본 글은 공공재의 개념을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본 Jesse Malkin&Aaron Wildavsky(1991)의 논문을 바탕으로 작성하였다.


우리는 전통이라 여겨온 문화나 가치, 또는 잘 정립된 개념에 대해선 별다른 논쟁 없이 받아들이곤 한다. 하지만 이러한 가치들 역시 사람과 사회 속에서 끊임없는 논쟁을 통해 만들어진 일종의 ‘프레임’으로 생각해본다면, 지금 정의라 여기고 있는 것조차 사실은 진실이 아닐 수 있음을 항상 자각할 수 있어야 한다.


조지 레이코프는 우리가 세상을 바라볼 때의 정신적 구조물을 프레임이라 정의하고, 그 안에서 무의식적으로 우리의 사고의 틀이 갇힐 수 있다고 말한다. 같은 맥락으로 ‘공공재’라는 개념에 대해 우리는 어쩌면 프레임 속에 갇혀있다고 볼 수 있겠다. 언어적으로 봤을 때, 공공재(Public Goods)라는 단어는 그 자체로 ‘공공(Public)’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어 사적인 것보다는 좀 더 정부라는 개념과 밀접해 보인다. 두 번째로 많은 행정학, 경제학 텍스트에서는 공공재가 비배제적이고 비경합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기에 시장에는 효율적으로 제공할 수 없다고 말한다.


필자 역시 이 개념에 대해서 단 한 번도 의문을 제기한 적이 없으며,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고정된 개념이라 생각해왔다. 하지만 Jesse Malkin&Aaron Wildavsky(1991)가 쓴 ‘Why the Traditional Distinction between Public and Private Goods should be abandoned’에서 기존의 발상에 의문을 제기함으로써, 어쩌면 공공재 역시 사회적으로 잘 만들어진(constructed) 프레임이 아닐까라는 고민을 시작하게 되었다.






공공재(Public Goods) 이론


공공재란 구성원들이 모두 함께 소비할 수 있는 재화나 서비스로, 두 가지 특징을 갖는다. 하나는 소비의 비경합성(non-rivalry)으로, 어떤 사람이 그 재화나 서비스를 소비한다고 해서 다른 사람의 소비를 막는 것은 아니다. 즉, 추가적인 소비가 있더라도 혼잡(congestion)의 문제가 발생하지는 않는다. 두 번째는 비배제성(non-excludability)으로, 재화나 서비스에 대한 비용 지불 여부와 관계없이 누구든 소비에서 배제되지 않는 것을 뜻 한다. 따라서 무임승차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며, 세금 납부를 정당화한다.


뿐만 아니라 공공재 이론을 지지하는 이론가들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정부가 일부 재화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주장한다. (1) 사적재와 공공재를 구분할 수 있는 객관적인 방법이 존재한다. (2) 이런 특징은 공공재가 정부에 의해 제공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반박 1: 무임승차 문제는 정부의 공공재 제공을 정당화할 수 없다.


우리는 앞서 공공재의 비배제적 특성으로 인한 무임승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세금을 거둬야 한다고 이해했다. 그리고 경제학자들은 두 가지 이유로 이 주장을 뒷받침한다. 우선, 효율성 측면에서 보았을 때, 누군가를 배제하는 것이 오히려 더 비용이 커질 것이기 때문에, 모두에게 가치 있다고 여겨진다면 그 재화나 서비스를 원하지 않는 사람만 자발적으로 제외하면 된다고 말한다. 두 번째로는 비배제적 특징을 가진 재화는 모두에게 공급하여 누구든 그 서비스를 즐길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 주장에 대해선 두 가지 큰 결함을 제기할 수 있다. 첫 번째로, 개인은 어떤 재화나 서비스에 대해 돈을 지불할 동기가 ‘있을 수’ 있다. 예컨대, 기독교인들의 자선, 시민들의 자부심, 칸트의 의무론 등 여러 가지 선의 이유로 지불할 용의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두 번째로는 모두가 어떤 재화나 서비스에 같은 가치를 두고 있는 것은 아니다. 재화에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자, 싫어하는 자, 무관심한 자를 넘어 어떤 재화나 서비스로 인해서 고통을 받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다. 예를 들어, 평화주의자들의 입장에서 국방 서비스를 이유로 무기를 사들이는 것은 어떤 측면에서는 그들에게 고통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이러한 근거로는 공공재에 대한 정부의 조세 부과 및 공공재 제공을 정당화할 수 없다.




반박 2: 공공재를 구분할 수 있다는 주장은 신화에 불과하다.


어떤 재화나 서비스라도 ‘어느 정도는’ 공공재일 수 있다. 경제학자들이 말한 공공재의 두 가지 특징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자.

우선, 경합성과 비경합성 측면에서 생각해보자. 경제학자들은 서커스가 비경합성을 지닌다고 보며 추가적인 소비가 있더라도 즐거움이 떨어지지 않는다고 보았으나, 굉장히 많은 관객이 몰린다면 모두의 즐거움은 떨어질 것이다. 같은 맥락으로 소방관, 경찰관, 군인 등도 혼잡성을 가진다. 추가적 소비가 생길 때마다 규모를 늘려야 하고, 이는 더 많은 비용을 초래한다. 한편 완전한 사적재라고 일컫는 빵을 한 번 생각해보자. 당신이 길을 가는 중에 굶주린 어떤 사람이 빵을 아주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고 행복감을 느꼈다면, 이 빵은 완전 경합적인 것은 아니다. 즉, 어떤 재화와 서비스든 경합성과 비경합성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두 번째로, 배제성과 비배제성 측면에서 생각해보자. 사실 모든 재화나 서비스의 제공은 그 공동체 내에서 사람들이 바라는 바에 따라 정부가 재정을 투입해 작동시키는 일이다. 사람들은 소방이나 국방 업무가 당연한 공공재라 여기지만 과거 오래전 국방이나 치안 유지가 일부 귀족계층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역사만 보더라도 알 수 있다. 다시 말해 어떤 재화나 서비스든 많은 이들이 바란다면 정부의 보조금이 지급될 수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어떤 재화나 서비스가 공공재냐 아니냐는 그 공동체에 속한 개개인 또는 사회가 선택하고, 결정하는 기준에 따라서 만들어지는 것이다.



정리하자면,

 공공재라는 개념은 정확하게 정의할 수 없다.

 무임승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의 재정 보조가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

 공공재의 기준은 나라마다, 사회마다, 시대마다 공동체의 선택과 의지에 따라 변화할 수 있다.



어떤 일에 대해 정의를 내린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고, 사실 불가능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단지 사회가 압도적으로 가지고 있는 인식이 모여 지식이 되고, 절대 침범할 수 없는 사실이라 인정되는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공공재라는 개념을 경제학적 이론에 근거해서만 이해해왔으며, 이에 대한 논쟁들 역시 경제학적으로 어느 범위까지 공공재라 인정할 수 있는가가 대부분이었다. 이는 우리의 사고가 프레임 속에 갇혀버리는 결과를 초래했다. 하지만 Malkin&Wildavsky(1991)의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이것은 어쩌면 소모적인 일이었으며, 그보다 더 중요한 논의, 즉 사람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바에 대한 관심과 고민이 우선적으로 이뤄졌어야 했다.


공공재(public goods)라는 것은 결국 공공(the public)을 위한 것이다. 그 어떤 시장의 원리도 침범할 수 없는 가치이며, 사회를 보다 더 윤택하게 만들기 위한 목적을 가진 수단이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이 수단은 사람들의 삶의 변화에 따라 바뀔 수 있는 유연한 특징을 가졌기 때문에, 우리는 항상 어떤 것이 우리의 삶에, 우리의 행복에 도움을 줄 수 있는가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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