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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현범 Dec 13. 2021

네가 살던 동네

버스를 타고 가다가 네가 살던 동네에 내렸다. 

우리가 즐겨 먹던 감자탕집이나 내가 담배를 사던 구멍가게, 가끔 들리던 프랜차이즈 카페가 제 자리에 있었다. 취객들의 방뇨 스팟이던 골목의 구릿한 냄새는 여전히 같은 곳을 맴돌았다. 늘어지게 자고 느즈막이 나가 먹던 두루치기 집, 밤새 술 마시던 실내포차, 네가 좋아하던 집 앞 카페는 감쪽같이 사라졌다. 바뀌지 않은, 바뀐 모습을 둘러보며 무작정 거리를 무작정 배회한다. 길가에는 네가 산발적으로 서 있다.

길에 선 너는 내게 담배 좀 끊으라 하고, 그만 좀 먹으라 하고, 술도 시키자 한다. 어떤 너는 핸드폰만 보다가, 또 어떤 너는 나만 보기도 한다. 오가는 길목마다 서 있는 너를 보며 무작정 걷다 좁은 골목으로 들어섰다. 

그곳에 선 너는 어쩐 일인지 내가 지나가도 비켜주지도 않고. 

내게 말을 건다.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다고. 옛날 옛적에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에

우리 서로 사랑했다고

오래오래

행복하게 

잘 살으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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