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현범 Aug 26. 2022

주치의 5

오랜만이네요.

오랜만입니다

 무슨 일로 오셨나요?

선생님께서는 기분이 좋지 않을  무얼 하시나요

 슬플  힙합을 춰요.

열받을 때는요

열받을  저는 명상을 합니다. 환자분께서는?

저도 열받을  명상은 무슨 명상 열받는  그냥 열받는 겁니다

달리 방도가 없는 건가요?

있었다면 이렇게 열받지도 않았겠지요

그럼 그냥 삭이시나요?

달리 방도가 없지 않습니까

 좋은 감정들은 기름과 같습니다. 우리 안에  섞이지 않고 위에 둥둥  있죠.

식물성 기름인가요

대신에 뜨거운 물이 닿으면 녹아버립니다.

우리가 동물이니까 아무래도 동물성 기름이겠네요

그러니 기분이  좋을 때는 더운물로 샤워해보세요. 기름이 걷히고 물이 맑아질 겁니다.

동물성 기름이면 식물성 기름보다  몸에  좋겠네요

 그렇지만도 않습니다.  얘기는 듣고 계신 거죠?

그럼요 뜨거운 기름에  같은  끼얹으라는 말씀이시죠

전혀 아닙니다. 그러면 폭발할 겁니다.

맞아요 저는 매일 안에서 폭발하고 겉으로 화상을 입어요 

그게 무슨 말씀이시죠?

저는 항상 화가 납니다  속으로 삭이지만 언제나 누군가  같은  끼얹죠 그래서 폭발하는 겁니다 

애가 타셨겠네요

 타버렸습니다 애가 타니 참을성도 없어지고 그러니 기름은  끓고하는 악순환이 이어집니다

간도 쓸개도 없는 

지금 저보고 하신 말씀이신가요

분노라는 감정은 결국 자의식에서 기인하지 않을까요? 누군가 내게 무례하게 군다면 ‘네가 감히 나한테 같은 생각을 시작으로 분노가 일고, 기름이 끓고 하는 것이 아닐까요?

그렇게까지 자의식이 높은 편은 아닌데요

그렇게 분노가 잦다면 그렇게까지 높은 편이신 것 같네요. 간도 쓸개도 없는 놈처럼 굴어 보세요. 어차피 다 타서 없잖아요. 어차피 이것저것 가진 것도 없으신데, 자존심 하나 더 없다고 크게 달라지겠어요?

지금 저를 놀리시는 겁니까

매거진의 이전글 염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