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서 살아지는 세상
무엇인들 같은 것이 있으랴
작은 풀 한 포기의 영혼도 같은 것이 없으니
들판에 피어난 어제의 영혼과 오늘의 영혼이 다름이라
작은 문틈 사이로 들어오는 작은 빛들도
저마다 다른 온도와 시선을 가지고 있으니
세상 사정따라 머무는 곳을 따뜻하게 하리라
지나가는 바람인들 같으랴
허공에 맴돈다고 그 소소한 다짐까지 같으랴
지게에 올려진 씨나락 서너 말 짐을 메는
내 어깨의 인생도 그 무게를 견디는
어제의 결심은 어제 것이요
오늘의 결심은 오늘 것이다
내 손에 들린 책들의 황송함도
어제의 나약한 내가 벽돌 한 장 더 쌓아 올린
아직 형편없는 집이라도 그 안에 머무는
어제와 오늘의 내 마음의 형편이 같지 않음이라
어제의 시간이 오늘의 시간과 다름은
어제의 공간과 오늘의 공간이 분리되고
어제의 생각과 오늘의 생각이 연속되나
그 경계가 다름이라
작년에 피어난 도라지꽃이 올해 더욱 쓴 뿌리를 내리며
지난 시간의 쓴 기억을
더 진한 향기의 도라지꽃으로 피워내며
매년 새 뿌리의 새 봄을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