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가끔 신호위반을 한다

by 채송화

# 우리는 가끔 신호위반을 한다



질주하던 차들은

빨간 신호등 앞에서

일제히 멈추어 선다


세상의 시간은 멈추지 않는데

때로 우리는 일제히 멈추어 서야 한다


모든 것이 엉망이 된 순간,

하염없는 눈물로 우리의 슬픔이 구렁텅이로 빠져들 때,

실패의 두려움으로 세상의 작은 곳으로 들어가고 싶을 때,

중요하지 않은 문제가 무엇인지 그 단서를 찾지 못할 때,

나의 혼란스러운 감정들은 일제히 빨간 신호등 앞에서

급브레이트를 밟는다


우리의 무관심으로 세상의 많은 사람들이 소외될 때,

전쟁의 소란스러운 소리 앞에서 평화를 외치지 못할 때,

너와 나의 다른 생각으로 서로 편으로 갈라설 때,

브레이크 없는 차가 질주 하듯 세상의 질서는 위태롭다


머리로 이해돼도 마음으로 이해되지 않는 현실 앞에서

나와 우리를 위협하며 질주하던 쓸모없는 감정들은

빨간 신호등 앞에서 강제로 멈춰 세워야 한다


하지만

우리는 가끔 신호위반을 한다


세상에 온기가 필요한 순간

우리의 심장과 사랑은

빨간 신호등 앞에서도 멈추어서지 않으며

119 응급차와 함께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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