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물고기 여행
주제가 있는 목적 여행은
우리의 여행을 좀 더 삶을 의미 있게 하며
수집가적 여행으로 한 편의 서사가 있는 여행이 되도록 하며
즐거운 제2의 삶으로 만들어 준다.
나에게는 아들 한 명이 있다. 외동이고 어릴 적 4살부터 한글을 떼서 혼자 책 읽는 것을 무척 좋아했다. 놀이터 없는 단동 아파트에 살다 보니 아이와 놀이터에 갈 일도 아주 뜸했고 아이는 책과 함께 어린 시절을 보냈다. 직장에 다니며 늘 체력이 바닥이던 나에게 아들은 더없는 효자였다. 책을 읽어달라 조르는 일도 궁금해서 물어보는 일도 없는 아주 효자였다. 엄마의 바닥 체력을 혼자 책 읽으며 아이는 그렇게 책과 친구가 되었다. 어린 아이들 그림책 대부분에 동물이 나온다. 거미를 제외하고 다양한 동물들 대부분 좋아했지만 아들은 그중에서도 고래를 좋아했다. 남편의 여름철 휴가기간에 맞추어 여행 장소를 정할 때 아이가 어릴수록 아이의 눈높이에 아이의 흥미에 맞추어 일정을 짜기 마련이다. 자연스레 아이를 위해 아쿠아리움을 가게 되었다. 그렇게 5살 아들의 전국 물고기 여행이 시작되었고 여행지의 우선순위는 아쿠아리움이 있는 장소였다.
처음 간 아쿠아리움은 부산 아쿠아리움이었다.
아이의 눈은 상어들이 헤엄치는 수조에서 아이는 눈을 떼지 못했고 아이는 수조 안에 들어간 아기 상어가 되었다. 유심히 관찰하는 것을 잘하던 아이는 그렇게 아쿠아리움을 헤엄치는 물고기가 되어 그곳을 자유롭게 헤엄쳤다. 마치 한 편을 책을 읽듯 아이는 무척 조용하게 말없이 수조를 바라봤지만 무척 좋아하는 듯 보였다.
부산 아쿠아리움을 나오면 해운대 백사장과 연결되어 있다. 아이는 어느새 갈매기와 함께 바다를 날고 있었다.
두 번째 아쿠아리움은 부산수산과학관 아쿠아리움이었다.
아이는 부산보다 규모가 작은 아쿠아리움에서 큰 상어를 찾는 듯했지만 작은 물고기 잡기 코너에서
모든 감각을 뺏겨버렸다. 백문이불여일견이라고 했던가. 아이는 수조 안에서 헤엄치는 상어의 체감보다 직접 눈으로 만지는 작은 물고기에서 온몸의 감각을 느끼는 듯했다.
세 번째 아쿠아리움은 제주도 아쿠아플라넷이었다.
여기는 할머니와 함께 간 곳이다. 그곳에서 아이는 돌고래 쇼를 보았다고 했다. 나는 가 본 적 없지만 물고기를 좋아하는 우리 아들에게는 할머니 맞춤 여행이었다.
네 번째 아쿠아리움은 여수 한화 아쿠아플라넷이었다.
여수 밤바다를 보고 싶은 엄마와 물고기가 보고 싶은 아들의 합작품이었다. 여름휴가철이라 사람들이 많았다. 아이는 사람구경, 물고기 구경 실컷 하고 만족한 모습이었다. 여기는 다양한 작은 물고기들이 많아서 오히려 아이가 한참을 구경했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바로 앞은 바다가 아닌가. 아이는 미련 없이 바다를 보러 갔다. 도시 전체가 아쿠아리움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여수의 케이블카를 타며 '여수 밤바다'도 구경할 수 있는 1석 2조 아쿠아리움이었다. 서대회와 매운탕을 맛있게 먹었던 그야말로 눈과 입이 모두 즐거운 아쿠아리움이었다.
다섯 번째 아쿠아리움은 서울롯데월드타워 아쿠아리움이었다.
새롭게 생긴 롯데월드타워 전망대도 보고 아이가 좋아하는 아쿠아리움도 구경할 겸 시골에서 서울로 여름휴가를 떠났다. 아이는 롯데월드 전망대에서 공포심도 없이 자유롭게 유리판을 돌아다녔다. 두려움이 무엇인지 아는 우리 어른들의 발은 후들후들했지만 아이는 어느 곳에서도 자유로웠다. 유리판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고 아래가 신기하다는 듯 연신 쳐다보았다. 아이는 아쿠아리움으로 가자고 팔을 끌었다. 아이의 첫 번째 여행의 이유이자 목적이 아쿠아리움 여행을 다음 순서로 미루어둔 이유였다. 아이는 이미 전국에 큰 아쿠아리움을 봤던 터라 조금은 아쉬워하면서도 아이는 펭귄과 함께 남극으로 갔다. 이색적인 전시방식과 다양한 물고기들은 아이에게 즐거움을 주었다.
여섯 번째 단양의 민물고기 아쿠아리움에 갔다.
교과서에서만 배웠던 소백산맥의 장엄함을 넘어 단양으로 향했다. 겨울철인데도 관광객이 꽤 있었다. 여기의 목적도 역시나 첫 번째는 아쿠아리움이었고 그다음은 엄마의 이유, 패러글라이딩이었다. 아쿠아리움에서 지역 민물고기를 구경했다. 대부분 전국의 아쿠아리움은 해양생물이었는데 이곳은 민물고기를 구경할 수 있는 귀한 곳이었다. 쏘가리, 붕어 등 우리나라 토종 민물고기들이 있었다. 나도 어릴 적 잘 보지 못했던 민물고기를 볼 수 있어서 좋았다. 그리고 겁 많은 남편을 제외하고 6살의 아들과 나는 해발 550m 위에서 남한강으로 뛰어내리며 패러글라이딩을 했다. 아이와 함께한 가장 기억에 남는 추억이 되었다. 목숨을 걸었다는 표현이 맞을 듯하다. 여기도 역시 1석 2조의 아들과 엄마가 만족한 여행지였다.
여행을 어디 가든 아쿠아리움이 있는 장소로 떠나다 보니 어느새 아쿠아리움 여행지도를 만들고 있었다. 그 외에도 크고 작은 수족관, 돌고래 수족관 모두 아이에게 여행지였다. 나는 아이에게 아쿠아리움 여행을 하며 전국의 지리를 알려주고 싶었고 인생 지도로 함께 만들어 가기 바랐다.
그야말로 목적 여행이었고 한 가지 단순한 여행 주제가 아이에게 잊지 못할 추억이 되었다. 어쩌면 아이도 아쿠아리움의 물고기처럼 자유롭게 헤엄치고 싶었을까, 자유롭게 놀고 싶었을까.
얼마 지나기 않아 코로나 19가 전 세계를 장악했고 우리는 지난 추억을 양식으로 집 안에서 그렇게 3년 이상을 여행 가지 않고 살았다.
다음 여행 키워드는 야구장이다.
중학생이 된 아들은 지금은 야구에 빠져있다. 응원석에서 아이는 살아난다. 사춘기가 조금 도래한 아들과 전국의 야구장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 아들의 꿈이자 아들의 사춘기를 버티게 해 줄 가장 큰 무기다.
어제도 대구를 지나쳐오며 아들은 연신 휴대전화로 대구야구장을 검색하며 미련으로 그곳을 더듬고 있었다.
지금까지 가본 야구장은 서울 잠실야구장과 부산의 사직야구장이다.
다음 야구장은 인천 SSG 랜더스필드, 창원 NC구장,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 고척스카이돔,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 수원 KT위즈파크, 대전한화생명볼파크이다. 아주 아주 먼날 미국 야구장도 있다.
누구나 주제가 있는 여행을 꿈꿀 수 있다.
나만의 키워드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