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3개입니다.

by 채송화

# 제시어 : 이름

# 내 이름은 3개입니다.




7살까지 나의 첫 이름이 있었습니다. 태어나서 늘, 매일 불리던 나의 이름입니다.

내 이름을 의심해 본 적도 내 이름을 미워해본 적도 내 이름은 풀 한 포기의 생명을 바라보듯

당연한 것이었습니다.




8살부터 갑자기 이름이 바뀌며 두 번째 이름이 생겼습니다.

사실은 이름이 바뀐 것이 아니라 원래 이름을 들어본 적도 없고 알려주는 이도 없었다는 것입니다.

나의 호적상 이름을 알게 된 것은 국민학교 입학식 때였습니다. 처음 듣는 낯선 내 이름은 내게 중요하지 않았는지 그저 그런가 보다 했습니다. 동네 아주머니들이 딸 이름이 그게 뭐냐 수군수군 한 마디씩 했었지만

나는 나이기에 나는 변화지 않기에 대수롭지 않은 입학식이었습니다. 엄마가 동네 아주머니들에게 하는 이유는 절에서 지은 이름이 세서 집에서 불리는 이름을 따로 지었다고 한다. 도통 이해되지도 이해해야 할 일도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어른들의 일이라고 생각했고 나에게는 두 번째 이름이 생겼다는 것 이외에 특별한 일이 아니였습니다. 그날 나에게 중요한 기억은 학교 앞 문방구에서 포장된 솜사탕을 사주었던 엄마에 대한 기억과 그 솜사탕이 달콤했다는 것입니다. 나의 두 번째이름보다 솜사탕이 더 좋은 8살의 나였습니다. 그만큼 이름은 내 존재를 증명하는 중요한 수단이라고 여기지 않았던 것 같았지요. 어쩌면 그날 내가 나의 원래 이름을 듣고 울었다면 내 운명이 달라졌을까? 지금 생각해 봅니다.

그러나 그 이름은 세상을 알지 못했던 단어의 느낌을 알지 못했던 나에게는 점점 상처로 돌아왔습니다. 우리가 붙여 준 이름에 따라 달라지는 것들이 꽤 많다는 걸 세상을 경험하며 점점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나의 학창 시절 두 번째 이름도 나였습니다.






아이들은 하나같이 내 이름에 별명을 붙이고 시골이라 주변의 대부분의 아이들은 내 이름으로 놀림 비슷한

단어들을 쏟아 내 놓았습니다. 누구라도 놀리고 싶은 이름.. 나를 무시해서가 아니라 별명 만들기 좋은 이름이었까 생각만 했지요. 자존심이 어느 정도 강했던 저라 순전히 가만히 있지는 않았지만 그런 극적인 놀림의 시기가 고학년 잠시라 곧 여자 중학교로 진학 가며 더 이상 별명을 부르는 아이는 없어졌습니다. 그리고 여자 중학교, 여자 고등학교를 거치며 놀리는 아이들이 없으니 더 이상 이름으로 부끄러운 일은 없었고 호적상 이름 그대로가 한참동안 나의 정체성이 되고 나의 삶이 되었습니다.




대학교 졸업 하기 전 세 번재 이름을 가지기로 결심합니다.

대학교 4학년이 되었을 때 나는 나의 이름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때까지도 이름이 부끄럽지는 않았지만 나는 왜 평범한 이름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너무 평범한 은희, 은지 같은 이름을 가지고 싶었습니다. 누군가는 너무 평범해서 사람들이 누가 누군지 잘 모른다고 푸념하는 이야기도 들어보았지만 두 번째 나의 이름을 가지겠다는 여자는 한 명도 보지 못했습니다. 나는 학생 때와는 다른 사회에서 나의 이름은 그저 주변 몇 명이 부르는 이름이 아닌 세상의 많은 사람들이 불러줄 텐데 한 번 불려진 이름을 바꾸는 것은 어렵다고 생각해서 부모님께 말씀드려서 대학교 졸업 하기 전에 '서형'으로 개명을 하게 되었습니다. 제 인생의 3번째 이름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왠지 사회생활을 하면 은행계좌도 신분증도 더 많이 생길 것이기에 나에게 이름은 새로운 나를 나타내는 새로운 자아라고 생각했습니다. 나타나는 것은 이름이지만 그것이 상징하는 바는 아주 많아진 다는 걸, 그리고 어릴 적 추억으로 이름을 스스로만, 동네 사람들만 알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걸 느끼게 되었습니다.




태어나서 7살까지 나의 첫 번 째 이름, 8살부터 대학교시절까지 나의 두 번째 이름, 성인 시절 나의 이름.

세상에 한 개의 이름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대다수라 여겨지지만 어쩌면 3개의 이름을 가진 것이 나에게는 이름은 그 시절 나를 기억사람들의 추억인 것 같습니다. 또 어쩌면 나의 이야기가 3개로 늘어나며 나의 존재가 3개로 늘어나는 일이고 나의 의미가 3개로 늘어나는 좋은 일로 여겨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나는 지금의 내 이름에 익숙하고 더 이상 과거의 2개의 이름은 불려지지 않고 점점 작은 추억으로 포장됩니다. 한 때 상처라고 느껴지던 두 번째 이름도 나의 존재로 그대로 두기로 했습니다. 그 어떤 모진 평가도 모욕적인 평가도 없는 그냥 내 이름이니까요.




나에게 이름은 나의 지난 역사이고 나의 추억이고 세상이 나를 기억하기 위한 수단입니다.

3개 이름이 모두 나였습니다. 함께 있는 동안 항상 함께 했습니다.

누구나 불리고 싶은 이름은 가질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름은 지어주는 부모의 뜻에 자신의 뜻을 보태서 살 수 있는 것,

불리는 문자의 이름보다 다른 사람들이 기억하는 나를 만들어가는 것,

세상 속에서 당당한 자신이 되는 것이 가장 아름다운 이름이라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세상에서 글을 쓰는 여자로 브런치에서 네 번째 이름 '채송화'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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