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를 잘라서 냉동한다

by 채송화


파를 잘라서 냉동한다



엄마를 보러 아들과 함께 친정으로 간다

엄마는 저녁 늦게나 도착한다는 딸을 위해

해 질 녘 밭으로 가서 대파와 시금치를 뜯어다 놓는다


엄마의 품처럼

한 겨울에도 대파와 시금치를 내어놓은

찬 흙바닥이 우리 엄마 같다


평생을 자식에게 내어주고도

아직 자식에게 내어주고픈

엄마의 마음이

겨울의 찬 흙바닥 같다


이제 자식에게 줄 것은

남은 세월에 대한 사랑밖에 없는데


엄마는 찬 흙바닥에서

남은 사랑을 또다시 바삐 만들어 낸다


아직도 엄마는 여전히 봄날이고

주름진 엄마의 눈가와 주름진 손 사이로

엄마의 자식 사랑은 늙지 않는다


겨울이 오지 않는 것처럼

여전히 찬 흙바닥에서도

생명을 길러내는

대파와 시금치처럼


나는 엄마의

그 마음과 사랑을 하나도 썪이고 싶지 않아

파를 씻고 잘라서 냉동한다


엄마의 남은 사랑이

너무 귀해서

너무 아련해서

하나도 썩이고 싶지 않아서


파가 매워서 엄마의 사랑이 서글퍼서

눈물을 흘리며 파를 잘라서 냉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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