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그동안은 허우적댔다, 오늘은 '됐다'

2024년 8월 19일. 수영 594일 차. 플립턴이 된 날!

by 뜨는작가 릴코

엥, 갑자기 된다.
플립턴이.
꽤 괜찮게.

마치 물이 99도에서 안 끓다가 100도가 되면 끓는 것처럼—갑자기.
지난주까지만 해도 갸우뚱거리던 내 몸뚱아리가 오늘부터 갑자기 똑바로 돌아지기 시작했다.
한 번 되기 시작하니까 웬만하면 계속 되긴 된다.
거리 조절은 또 다른 얘기긴 하지만, 어쨌든!


인생이 원래 한 치 앞을 알 수 없다 하지만 정말 이런 건가?

간절히 바라던 게 어느 날 갑자기 뙇!

처음 두발자전거를 굴리던 날도 갑자기,

원하던 합격 통지를 받는 것도 어느 날 갑자기,
-20% 찍던 주식이 상한가 치는 것도 갑자기,
로또 당첨도 갑자기 (되길 바란다..)!

그리고 질질 끌며 놓아주지 못하던 미련을 아무렇지 않게 보내주는 것도 갑자기.


'갑자기'라는 건 뭘까? 주로 예상하지 못한 급한 변화를 말지 않나.

그럼 뭘 예상하지 못한 거냐고? 바로 오늘, 이 날, 이 순간에 이뤄낼 것을 예상하지 못했던 것.
결국엔 다 ‘시간의 문제’인 거다.

모든 일에 온도계가 있는 건 아니니 언제 100도가 되어 끓을 건지 가늠할 수 없을 뿐.
모르니까, 예상하지 못하니까, 힘들고 조급하고 흔들리는 거다.

이게 되긴 될까? 여태 해서 안 됐는데. 아무리 해도 안 될 것 같은데 포기할까? 하면서.
며칠만, 몇 시간만 더 하면 된다는 걸 안다면 완성의 순간을 향해 가는 과정도 별게 아닐 텐데.

그래서 믿기로 했다.
결국 언젠가는 된다.
도무지 변하지 않을 것 같아 보여도 시간이 흐르면 오늘처럼 갑자기 되는 날이 오는 거라고.

영화 인터스텔라의 블랙홀에서 여러 시간 차원을 볼 수 있는 것처럼

미래에 내가 해낸다는 것을 아는 사람처럼

나는 오늘부터 그렇게 살기로 마음먹었다.

오늘은 플립턴이 된 날.
갑자기, 그렇지만 사실은 안 되는 날들이 차곡차곡 쌓여 있었던 거다.

그리고 마침내 되는 날은 늘, 그전까지 안 되던 날들 위를 빈틈없이 덮는다.



그러고 보니,
이런 나도 예전엔 물에 뜨는 것도 못하던 날이 있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