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km, 오직 나를 위해 내가 존재하는 시간

출근길의 단상

by 서이은

22km, 오직 나를 위해 내가 존재하는 시간을 달린다.


새로운 지역으로 직장을 옮기고, 벌써 5개월이 되었다. 옮겨서 가장 가장 좋아진 점을 꼽으라고 하면 바로 출근길이다. 아침에 집에서 나와서 아이를 유치원에 내려다 준 뒤, 시작되는 시간이다. 거기부터 22km 도착까지.


작년의 출근길은 늘 조마조마했다. 매일 늦을까봐 다급하게 밟아대며 운전을 했고, 예기치 않은 사고 때문에 종종 길이 막혀서 늦었을 때의 당혹감을 잊을 수 없다. 그러면서도 애들을 챙기느라 더 빨리 나오지 못하는 것에 대한 자책. 그렇게 제 시간에 도착해도 늘 늦는 사람이 되는 것에 대한 억울함이. 아! 돌아보니 슬프고 서러웠다.


작년까지의 출근길에 비해 가까워진 점이 가장 큰 차이지만, 사실 시간상 차이는 10분이 채 안 된다. 그런데도 많은 것이 다르다. 올해 출근길은 도시에서 외곽으로 빠져나와 시골길로 접어든다. 3월에는 새로운 길에 대한 탐색으로 기대가 되었고, 4월에는 벚꽃이 피고 지는 것을 가까이에서 매일 느낄 수 있음이 흥겨웠다. 5월에는 신록을 보며 설레었고, 6월에는 녹음에 둘러싸여 보호받듯이 다녔다. 그 순간순간이 어떤 그림보다도 아름다워서 가는 동안 축복 받는 느낌을 받곤 했다. 날마다 변화하는 자연을 보며 살아있다는 것의 경이로움이 나를 치유하기도 했다.


나는 평소에 음악을 잘 찾아듣지 않았었다. 음악영화나 뮤지컬을 좋아하는데도 그것들을 시간을 내서 아주 가끔 보는 것들이기 때문에 실제로 음악에 집중하고 찾아듣는 시간은 매우 적었다. 그런데 이 시간만큼은 이 환희를 느끼고 싶어서 음악을 켜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보니 그 날의 기분에 따라 선곡을 하고 흥얼거리고 노래에 빠져든다. 나만을 위한 30분 가량의 작은 콘서트다. 그렇게 충만해진 채 차에서 내리고 하루를 시작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


집에서도 출근해서도 나 혼자서 온전히 나를 위해 쓰는 시간은 24시간 중에 이 시간이 유일하다. 하루 중에서 온전히 나를 위해 채우라고 선물해 준 시간인 것이다.

오늘도 이렇게 선물을 받고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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