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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인 Aug 11. 2021

벼랑 끝에서 잡은 기회

나는 굉장히 긍정적인 사람이다. 항상 잘 될 거라는 희망을 마음속 가득 안고 산다. 이 긍정이 사업을 하는데 역효과로 나타날 때가 있다. 오늘 당장 매출이 일어나지 않는 데에도 잘 될 거라는 희망을 버리지 못한다는 것이다. 내일은 잘 되겠지. 이 홍보를 하면 사람이 많이 오겠지. 몇 달이 지나면 자리 잡히겠지 이런 실낱같은 희망에 사로잡혀서 몇 개월의 시간을 보내면서 운영하던 디저트 카페의 적자는 계속 누적되어 갔다. 긍정적으로 생활을 하면 짜증이 없고 분명히 좋은 건 알지만, 회사 대표로서 빠르게 의사결정을 해야 할 때는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임대료 내는 것이 버겁고, 직원들 월급 주는 날이 다가오는데 통장 잔고는 점점 줄어드는 경험을 해본 사람들은 안다. 월급날만을 바라보고 사는 직장인의 애환을 또 알기 때문에 제날짜에 일정한 시간에 입금해 줘야 한다. 내가 의사결정을 하지 못하고 어영부영 잘 될 거라는 희망만을 가지고 보내고 있을수록 상황은 점점 나빠져갔다. 이때 대표자는 사업의 회생 기미가 없다고 생각하면 앞뒤 돌아보지 말고 손해를 보고서라도 빠르게 정리하는 것이 손해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인터넷 쇼핑몰로 돌을 잘 벌 때는 매일매일 통장에 돈이 입금이 되니 매너리즘에 빠지기도 했다. 돈 버는 것도 귀찮고, 적당히 벌고 적당히 즐기면서 살고 싶었다. 이까짓 돈 없어도 남편과 아이들과 행복하게 살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돈이 없으면 부부간의 불화도 생기게 된다. 아이에게 짜증도 늘어나고, 제일 괴로웠던 건 돈이 많이 들어가는 아이의 예체능 교육을 뒷받침해주지 못할 때였다. 남편은 능력이 안되면 과감하게 그만두라고 했지만 아이에게 그렇게 말할 수는 없었다. 아이의 꿈을 생각한다기보다는 알량한 내 자존심이었다. 그렇게 버티는 것도 몇 달이었고 결국은 내가 뒷받침해 줄 능력이 안되어 아이의 무용을 관두게 했다. 그리고 하고 싶은 거 타고 싶은 걸 타야 한다며 호기롭게 뽑았던 외제차도 1년 타고 중고로 판매를 했다. 이 사건도 남편에게는 큰 상처로 남아있다. 조만간 빚을 다 갚고 경제적 여유가 생기면 제일 먼저 해주고 싶은 게 남편의 차를 바꿔주는 것이다. 예전에 타던 것보다 더 좋은 것으로.     


우여곡절 끝에 1년 6개월 만에 디저트 카페를 정리하긴 했는데 그때는 투자금 3억과 운영자금 1억, 총 4억을 날린 뒤였다.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본사와의 법정 소송도 남아아있었다. 결자해지. 내가 저지른 일이니 내가 해결해야 한다. 나는 위기가 있으면 책 속에서 길을 찾는다. 도서관에서 대출해서 읽은 책 중에 책을 써서 자신의 경험을 나누라는 책이 있었다. 그 책을 보고 브랜든 버처드의 "메신저가 되라"라는 책도 알게 되었다. 이 책에서는 자신의 실패의 경험도 돈이 된다고 했다. 경험을 나눌수록 가치는 커진다고 했다. 나는 실패를 감추고 싶었고, 다른 사람이 알게 되는 것이 싫었는데 책에서는 정반대로 실행해서 돈을 벌고 명성을 얻는 메신저들이 있었다. "그래, 나도 메신저가 되자! 부끄럽게 생각했던 나의 실패의 경험을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그들이 나 같은 실수를 하지 않도록 하자"라고 마음을 먹고 책을 쓰기 시작했다. 그렇게 탄생한 책이 나의 첫 번째 저서 "돈 되는 방구석 1인 창업 " 책이다.     


디저트 카페의 실패가 비록 4억의 투자금을 빚으로 남겨지긴 했지만 나의 또 다른 재능과 터닝포인트가 되었다. 디저트 카페를 하면서 알게 된 네이버 카페의 비밀. 홍보를 위해 배웠던 블로그마케팅 노하우, 스마트 플레이스 상위 노출 방법 등은 실전을 통해서 다져진 살아있는 지식이 되었다. 그리고 겉에서 보이는 게 다가 아닌 내가 직접 현실로 부딪쳐야 한다는 것, 밖에서는 화려하고 장사 잘 되는 것 같지만 대부분 비슷한 아픔과 어려움을 겪으면서 살아간다는 것. 이제는 오프라인보다는 온라인이라는 것 등 많은 깨달음을 주었다. 4억이라는 아주 비싼 수업료를 내고 얻은 살아있는 지식이다. 이때 나의 디저트 카페를 홍보하기 위해서 입점한 네이버 카페에서 매달 입점비를 내다가 그 돈이 아까워서 내가 직접 운영해보자라고 시작했던 카페가 지금은 활성화되어 매달 직장인 월급 이상의 수익을 가져다주고 있다. 그리고 카페 마케팅 강의를 하고 있고, 마케팅 컨설턴트로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벼랑 끝에서 또 다른 기회를 포착하고 특유의 긍정적인 마인드로 극복해낸 것이다. 물론 아직도 처리해야 할 것들이 남아있고 다 정리되지 않은 상태이긴 하지만 실패했다고 무너지지 않고 다시 일어서서 다른 각도에서 새 출발한 나에게 셀프 칭찬을 해주고 싶다.     


혼자 하려면 잘 실행이 안 된다. 그래서 나는 일부러 환경 속에 나를 집어넣는다. 꼭 해야만 하는 환경, 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내가 회원으로서 미라클 모닝에 참여하기도 하고, 리더로서 모임을 만들어서 운영해 나가기도 한다. 책임감이 강한 나는 다른 사람과 연계된 일이면 무슨 일이 있어도 임무를 완수하려는 습관이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나는 벼랑 끝에서 또 다른 길을 발견하고 나의 성공과 다른 사람의 성공을 위해서 한걸음 한걸음 나아가기 시작했다. 운영 중인 맘 카페를 통해서 재능 있는 수많은 주부들이 경력단절로 재취업도 힘들고, 취업했다 하더라도 마음 놓고 일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그들에게 다른 방법을 찾아주고자 한다. 물론 많이 알려진 것들이긴 하지만, 의외로 도전하기 두려워하고 발걸음조차 못 떼는 분들이 많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할까 말까, 될까 안될까 고민하고 있을 때 누군가 손 내밀어 주고, 조금 더 빠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동기부여해 준다면 가속도가 붙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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