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인 Oct 23. 2020

건강하게 태워나줘서 고마워

사춘기 아들에게 보내는 두번째 편지

학교에 가겠다고 큰 결심을 해주어서 고맙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당연한 일이지만, 너에게는 특별한 결심이고 큰일이지. 엄마아빠가 항상 하던 “틀렸다고 하지 말고 다르다는걸 인정해주자”는 말을 잠시 잊고 있었던 것 같다.      


oo이가 엄마 뱃속에 있었을 때, 너무 바빠서 산부인과 정기진료도 빼먹을 때가 있었단다. 22주차에 입체 초음파 검사를 해야 하는데, 건너 뛰었더니 그 병원이 너무 바빠서 27주차에 다시 예약이 되었지. 27주차 입체초음파 검사에서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들었어. 너의 머리 속에 혹이 있다는거야. 다행히 그 혹은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물혹이었어. 근데 그 물혹이 점점 커지면 태아가 위험해진다고 큰 병원에 가서 다시 검사를 하고, 출산시 태아도 아이도 위험할수 있으니 위급할 때 잘 대처할수 있도록 출산도 큰병원에서 하라고 하더구나.     


그 당시 우리가 일산에 살고 있을 때 였는데, 일산산부인과병원에 다니다가 한동안 서울의 큰병원을 다니기도 했었단다. 큰병원에서 기형아 검사 같은 걸 권했는데, 그때 아빠가 “태아에게 문제가 있다고 해도 포기할게 아니고, 우리가 낳아서 키워야 하는데 검사가 무슨 소용이 있냐?” 고 하셨어. 엄마도 그 생각에 동의를 해서 검사를 진행하지 않았단다. oo이가 어떤 장애를 가지고 태어나더라도 잘 키워야겠다고 생각했지. 그리고, 이 아이는 언제 깨질지 모르는 아이니 유리구슬처럼 조심스럽게 금이야 옥이야 잘 키울거라고 다짐했단다.     


지금도 oo이 머릿속에 혹이 있는건 알고 있지? 태어나서 매년 검사를 해봤는데, 다행히 더 진행되지 않고 그 상태로 있더구나. 정말 감사한일이지. 사람은 망각의 동물이라 이렇게 감사한것도 잊어버리고, oo이가 태어날 때 다짐했던 것도 엄마가 자꾸 잊어버리게 된다. 그걸 상기시키고, 날 좀 봐달라고 투정을 부리는 것 같애. 아무튼 너는 뱃속에서부터 특별하게 태어난 아이란다.     


오늘은 oo이가 태어날 때의 다짐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았단다.     


건강하게 태어나줘서 고맙고

건강하게 자라줘서 고맙고.

엄마 아빠 아들이라 고맙다.

작가의 이전글 엄마는 학교에 간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