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 아들에게 보내는 두번째 편지
학교에 가겠다고 큰 결심을 해주어서 고맙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당연한 일이지만, 너에게는 특별한 결심이고 큰일이지. 엄마아빠가 항상 하던 “틀렸다고 하지 말고 다르다는걸 인정해주자”는 말을 잠시 잊고 있었던 것 같다.
oo이가 엄마 뱃속에 있었을 때, 너무 바빠서 산부인과 정기진료도 빼먹을 때가 있었단다. 22주차에 입체 초음파 검사를 해야 하는데, 건너 뛰었더니 그 병원이 너무 바빠서 27주차에 다시 예약이 되었지. 27주차 입체초음파 검사에서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들었어. 너의 머리 속에 혹이 있다는거야. 다행히 그 혹은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물혹이었어. 근데 그 물혹이 점점 커지면 태아가 위험해진다고 큰 병원에 가서 다시 검사를 하고, 출산시 태아도 아이도 위험할수 있으니 위급할 때 잘 대처할수 있도록 출산도 큰병원에서 하라고 하더구나.
그 당시 우리가 일산에 살고 있을 때 였는데, 일산산부인과병원에 다니다가 한동안 서울의 큰병원을 다니기도 했었단다. 큰병원에서 기형아 검사 같은 걸 권했는데, 그때 아빠가 “태아에게 문제가 있다고 해도 포기할게 아니고, 우리가 낳아서 키워야 하는데 검사가 무슨 소용이 있냐?” 고 하셨어. 엄마도 그 생각에 동의를 해서 검사를 진행하지 않았단다. oo이가 어떤 장애를 가지고 태어나더라도 잘 키워야겠다고 생각했지. 그리고, 이 아이는 언제 깨질지 모르는 아이니 유리구슬처럼 조심스럽게 금이야 옥이야 잘 키울거라고 다짐했단다.
지금도 oo이 머릿속에 혹이 있는건 알고 있지? 태어나서 매년 검사를 해봤는데, 다행히 더 진행되지 않고 그 상태로 있더구나. 정말 감사한일이지. 사람은 망각의 동물이라 이렇게 감사한것도 잊어버리고, oo이가 태어날 때 다짐했던 것도 엄마가 자꾸 잊어버리게 된다. 그걸 상기시키고, 날 좀 봐달라고 투정을 부리는 것 같애. 아무튼 너는 뱃속에서부터 특별하게 태어난 아이란다.
오늘은 oo이가 태어날 때의 다짐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았단다.
건강하게 태어나줘서 고맙고
건강하게 자라줘서 고맙고.
엄마 아빠 아들이라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