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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인택 Sep 03. 2021

[할로우나이트, 오리 시리즈] 게임에서 스트레스란?

  다양하게 발전해온 게임 장르 중 필자가 가장 좋아하는 건 매트로배니아입니다. 매트로배니아의 장르적 특징은 시점이나 컨셉이 아닌 동선에 있습니다. 맵을 탐색하며 얻은 능력을 이용하여 더 깊은 곳으로 모험을 떠나기 때문에 대표적인 게임들도 플레이 측면에선 비슷한 경험을 주곤 했습니다. 하지만 필자는 그 작품들 중 '할로우나이트', 그리고 '오리와 눈먼 숲'(이하 오리 시리즈)을 비교하면서 같은 장르더라도 서로 어떤 부분에서 극단적으로 다른지 알아보고자 합니다.


'할로우 나이트'와 '오리 시리즈'


  게임이 유저에게 주는 감정 중 가장 큰 2가지는 희열과 스트레스입니다. 아마 개발자들은 전자보단 후자에 더 민감하게 반응할 것입니다. 실패나 패배, 죽음 등은 필수 불가결인 동시에 게임을 기피하게 하는 요소이기 때문입니다. '할로우 나이트'는 거기서 나오는 스트레스를 극단적으로 높인 케이스입니다. 직접 하신 분들은 아실 겁니다. 공격을 받을 때 묵직한 타격감은 기본인데다 시간을 잠시 정지시키기도 하고, 죽을 땐 약 3초 동안이나 허무하게 소멸하는 과정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맞을 때 이펙트가 게임 화면만큼 크다.


  '할로우 나이트'에서 이러한 연출을 보여주는 건 단순히 유저를 괴롭히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죽기 전에 얻은 정보를 플레이어에게 최대한 각인 시기키위해서입니다. 이 게임은 이러한 공격에 왜 당했으며,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명확하게 보여줍니다. 죽음의 형태가 뚜렷할수록 성장의 여지가 명확하기 때문에 유저는 도전을 마다할 이유가 없습니다. 여담이지만 이는 액션게임에서 학습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단순한 공격 위주라 파악하기 쉽다.


  '오리 시리즈'는 '할로우 나이트'처럼 꽤 높은 난이도를 자랑합니다. 가장 두드러질 때가 바로 긴소나무 탈출씬입니다. 거대한 나무 속에서 물이 솟구치침수가 일어나자 주인공 오리는 위로 올라가며 물살을 피합니다. 이 긴박한 상황 속에서 유저는 벽을 타거나 함정을 뛰어넘는건 기본이고, 오히려 좌우로 달리기만 하거나 몬스터의 패턴을 이용하기 위해 가만히 기다릴 때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꼭대기에 도달할 때까지 단 한 번의 실수가 죽음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상당히 많습니다. 하지만 그때 플레이어는 '할로우 나이트' 때와 다른 경험을 겪습니다. 그들은 수많은 실패를 반복하는 것치곤 스트레스를 적게 받는 것입니다.


누구나 한번쯤은 실패하는 탈출씬


  그것이 가능한 첫 번째 이유는 극단적으로 짧은 부활 시간입니다. 보통 게임에선 다시 시작할 때까지 최소 1분 정도 걸리지만 '오리 시리즈'에선 1초 내에 탈출씬을 다시 시작하게 됩니다. 두번째 이유는 배경 음악이 끊기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보통은 캐릭터가 죽었을 때 음악이 꺼지고 부활할 때 처음부터 다시 재생됩니다. 하지만 '오리 시리즈'에선 탈출씬이 끝나기 전까지, 즉 죽음과 부활에 상관없이 음악이 계속 진행됩니다. 이렇게 작은 디테일들은 연극에서 암전을 쓰지 않는 것처럼 상황을 연속적으로 만듭니다. 죽음을 곱씹을 여유도 없어진 플레이어는 스트레스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도전을 반복합니다. '할로우 나이트'처럼 성장의 여지를 분명히 보여주고 몰입감과 집중력을 유지하면서 말입니다.


맞아도 스샷보다 더 티나지 않는다.

  게임에서 스트레스는 필수적이지만 유저는 이를 기피합니다. 그래서 개발자는 유저가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이게 할지 고민합니다. 많이 실패한다고 플레이어를 나무라는 게임은 없습니다, 그러니 '할로우 나이트'를 시작하기 전에 겁먹을 필요도 없고, '오리 시리즈'를 쉽게 생각해서도 안 됩니다. 그 게임도 난이도와 비교했을 때 스트레스를 적게 받는 거지 없다는 뜻은 절대 아닙니다. 어차피 둘 다 어려우니 취향에 맞는 걸 사서 직접 해보시길 바랍니다.


  다음에 쓸 글은 오리 시리즈보다 스트레스를 더욱 낮춘 게임을 다루고자 합니다. 개인적으로 오리 시리즈에 영향을 정말 많이 받았다고 할 만큼 다양한 장치가 들어간 게임, 바로 '카타나 제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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