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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인택 Sep 17. 2021

[카타나 제로] 게임에서 스트레스 최소화를?

  어떠한 매체든 무언가를 제작할 땐 목표를 설정하기 마련입니다. 수천 명이 투입되는 대형 게임에선 다양한 경험과 교훈을 전달하지만, 소규모 인원으로 이루어진 인디 게임 개발사는 목표를 몇 개만 잡고 깊게 파고들곤 합니다. 대표적인 게임 중 하나가 바로 ‘카타나 제로’입니다. 이 게임은 칼 하나로 수많은 적과 싸우는 컨셉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난이도가 높습니다. 이는 주인공의 공격 패턴이 적은 만큼 컨트롤의 숙련도를 요구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카타나 제로’의 목표는 유저가 실패에 좌절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며, 구체적으로 표현하면 ‘오리 시리즈’처럼 스트레스를 최소화하는 것입니다.


적을 찾아 한방에 죽이는 게임이지만 주인공도 한방에 죽을 수 있다.


  저번 글에서 ‘오리 시리즈’는 짧은 부활 시간과 사망해도 지속되는 음악을 통해 유저가 플레이를 연속적이라고 착각하게 했다고 했습니다. 이러한 요소들이 ‘카타나 제로’에도 들어가 있습니다. 다만 차이점은 존재합니다. 부활 직전에 아무 키나 누르는 과정을 추가하여 다양한 공략법을 생각하게 해주었고, 임무가 시작되기 전에 주인공이 워크맨을 조작하여 음악을 트는 장면을 추가했습니다. 필자는 이 워크맨 장면을 통해 ‘카타나 제로’가 ‘오리 시리즈’에 영향을 받았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게임에서 주인공은 예지 능력으로 전투를 시뮬레이션합니다. 그래서 사실 주인공의 죽음은 머릿속에서만 이루어진 결과일 뿐이고, 싸움 구상을 연속적으로 반복하기 때문에 귀에서 들려오는 음악도 연속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심지어 죽었을 때 '아니... 통하지 않을 거야'라고 자기 생각을 고치는 듯한 대사까지 있습니다. 이러한 디테일들이 들어간 이유는 음악의 연속성을 '오리 시리즈'에서보다 한단계 더 생각했기 때문일 겁니다.


음악의 연속성을 단순히 게임적 허용으로 넘어가지 않겠다는 의지가 보인다.


  ‘카타나 제로’는 적이 5명 이상인 스테이지가 52판, 적이 10명 이상인 곳이 21판, 15명 이상인 곳이 9판으로 구성되어있습니다. 특이한 건 적이 순차적으로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지그재그로 계속 바뀐다는 것입니다. 이처럼 구성된 이유는 인간이 본능적으로 패턴을 분석하는 동물이기 때문입니다. 게임을 진행할수록 적 수가 늘어나면 앞으로도 증가할 거로 예측합니다. 보통 게임에선 스킬이나 무기를 다양하게 하여 변화를 주지만 ‘카타나 제로’는 스킬과 무기를 각각 하나만 줍니다. 게다가 여러 적을 한 번에 처치하는 기믹을 계속 배치하면 지금껏 쌓아놓은 숙련도가 소용없어집니다. 잘못하면 앞으로의 플레이가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기 때문에 적 수를 극적으로 바꾸며 패턴을 예측하기 힘들게 고, 난이도를 적 배치에 따라 조절했습니다. 그래서 처치하기 쉬운 적은 점점 보기 힘들어지고, 총과 방패를 든 적의 비율이 점점 높아집니다.


왼쪽에 적 수, 밑에 스테이지 수


 이 게임은 반복적인 전투를 핵심 콘텐츠로 내세웁니다. 하지만 이는 워낙 장단점이 뚜렷하기 때문에 ‘카타나 제로’에서는 세부적인 요소를 추가하여 이를 극복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우선 반복 플레이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 전투를 단순하고 경쾌하게 만들었습니다. 주인공이든 적이든 기본 공격 한 방에 죽음을 맞이하고, 주인공이 공격이나 회피를 할 때마다 진행 방향으로 움직이게 하여 빠른 플레이로 유도합니다. 하지만 이러면 난이도가 올라가서 빠르게 죽기만 합니다. 그래서 슬로 모션 능력을 추가하여 유저 스스로 전투 템포를 조절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적들의 총알도 튕겨낼 수 있을 정도로 시간이 느려지면 유저의 집중도와 행동의 정밀도가 높아지고, 능력을 해제하면 다시 경쾌한 움직임으로 답답함을 해소합니다. 높은 난이도, 단순하고 경쾌한 움직임, 슬로 모션 등 각 요소의 장단점이 절묘하게 맞물려 조화를 이루는 것입니다.


총알을 튕겨낼 정도로 느려진다. / 한번에 여러 명을 베는 것도 가능하다.


  여기까지만 읽으신다면 게임에서 스트레스를 줄이는 게 좋게만 보이실 겁니다. 분명히 이 게임은 스트레스 최소화로 몰입감을 유지해주고 높은 난이도로 도전 정신을 가지게 해줍니다. 하지만 위험에 대한 부담감이 줄어들기 때문에 집중력과 긴장감도 떨어집니다. 그래서 슬로 모션이 있어도 뻔히 보이는 적이나 함정에 돌진하는 경우도 가끔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카타나 제로’는 ‘다크소울’처럼 높은 난이도 때문에 쉴 새 없이 사망하게 되는 게임을 해보기 전에 해보길 추천합니다. 미리 많이 죽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겁니다.


적들 다 처리해놓고 흔한 레이저 함정 못 피해서 죽기도 한다.


  게임 장르 중엔 로그라이트라는 것이 있습니다. ‘카타나 제로’처럼 반복 플레이 자체가 메인 콘텐츠로 둔 것인데, 다음에 다룰 작품은 그 장르 대표작으로 해보려 합니다. 5개 시상식 중 3곳에서 2020 올해의 게임 상을 받을 정도로 극찬을 받은 게임, 바로 ‘하데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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