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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인택 Oct 01. 2021

[하데스] 반복 플레이의 재미

  유저는 게임에서 엔딩을 맞이했을 때 지금까지 쌓아 올린 것을 모두 잃게 됩니다. 그런데도 그들이 새로운 게임을 시작하는 건 모험을 통해 얻었던 경험이 매우 값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로그라이크는 다릅니다. 이 장르는 ‘로그’라는 게임처럼 캐릭터가 사망했을 때 모든 걸 잃고 새로운 맵에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합니다. 그래서 최종 보스를 단번에 잡지 못하면 투자한 시간과 성장이 허무하게 사라집니다. 그래서 필자는 로그라이크도, 거기에 난이도를 낮춘 로그라이트도 싫어합니다. 하지만 ‘하데스’는 달랐습니다. 그건 보스를 못 잡아도 어떻게 허무함을 안 주고 재미를 전달할 수 있을지 고민한 흔적이 많이 보였던 게임이었습니다. 그래서 이번엔 ‘하데스’가 반복되는 경험마다 어떻게 가치를 끌어올렸는지 알아보고자 합니다. 단, 현재 로그라이트의 장르적 규칙은 아직 제대로 확립되지 않았기 때문에 본문에선 ‘죽으면 다시 시작’, ‘랜덤하게 얻는 아이템과 스킬’, ‘영구적인 성장’ 등으로 정리하겠습니다.


싸우고, 죽으면, 다시 시작


  게임에서 영구적인 성장과 엔딩은 밀접한 관련이 있을 때가 많습니다. 엔딩이 목표인 작품들은 업그레이드가 엔딩 전에, 엔딩 이후의 플레이를 보장하는 게임은 엔딩 후에도 업그레이드가 남아있는 게 보통입니다. 그중 로그라이트는 엔딩 이후에도 플레이할 수 있지만 난이도 조절을 위해 업그레이드가 최종 보스를 만나기 전에 끝나곤 했습니다. 하지만 ‘하데스’는 로그라이트임에도 영구적인 성장 폭을 계속 늘려줍니다. 게임 진행에 따라 강화 목록이 2배로 늘어나거나 올림포스 신들이 새로운 무기 양상을 주면서 다양한 플레이가 가능해집니다. 심지어 컴패니언(동료)은 호감도를 일정치 달성해야 얻을 수 있는데, 그중 하나는 최종보스를 10번 잡아서 진엔딩까지 완료해야 가능해집니다. 이처럼 ‘하데스’는 유저가 메인 스토리 최종장에 무사히 도달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플레이어의 실패에도 캐릭터가 성장하도록 하여 헛된 경험을 거의 주지 않습니다.


캐릭터를 강화시켜주는 거울의 앞면과 뒷면


  로그라이트 속 던전에서 아이템과 스킬이란 무작위로 얻고 죽을 때 완전히 사라지는 것들입니다. 그래서 그것들은 조합에 따라 막강한 시너지를 보여주기도 하고, 운이 나빠 여정이 힘들어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하데스’에는 이런 빌드업을 비교적 쉽게 진행할 수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이 게임에서 올림포스 신들은 언제 나타날지 모르며, 등장해도 주인공에게 은혜(스킬)을 랜덤하게 줍니다. 이럴 때 원하는 은혜를 얻고 싶으면 해당 신의 기념품을 들고 시작해서 그 신을 첫번째 방에 확정적으로 등장시킬 수 있습니다. 게다가 은혜에는 조건에 따라 순서가 정해져 있어서 상위 은혜를 얻을 확률을 점진적으로 높일 수 있습니다. 설사 운이 없어도 2개 정도 나오는 다이달로스의 망치나 NPC를 통한 강화도 존재하기 때문에 일정 수준으로 강해지는 것도 가능합니다. 그래서 로그라이트 특유의 실험 정신을 자극하고, 어느 정도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막강한 듀오 은혜를 얻는 조건은 전체적으로 쉬운 편


  로그라이트에선 다음 스테이지로 넘어가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에 시나리오 진행 사이에 공백이 많이 발생합니다. 그래서 그 장르에서 스토리는 유저에게 원동력을 꾸준히 제공해주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그 빈자리를 비슷한 내용으로 계속 채워도 괜찮은 것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진실이 드러날 때까지 의문점과 떡밥을 끊임없이 뿌리는 것입니다. ‘하데스’에서는 주인공 자그레우스의 출생의 비밀, 하데스와 올림포스 신들의 과거, 그 외 각자의 관계 등을 바로 보여주지 않습니다. 그저 특정 구간에 진입할 때까지 방대한 대사를 통해 진상을 숨기기만 할 뿐입니다. 그래서 ‘하데스’는 시나리오가 진행되지 않아도 유저의 흥미와 원동력을 계속 유지해줍니다. 게다가 메인 스토리 외의 대사도 많은 편입니다. 예를 들어 제우스를 만났을 때 어떤 신을 먼저 만났는지, 어떤 무기를 들었는지, 어디까지 도달했는지에 따라 새로운 대화가 계속 나옵니다. 필자의 경험상 70시간 정도 하면서 같은 대사를 본 적이 거의 없을 정도입니다.


새로운 진실이자 의문점을 던져주는 편지


  ‘하데스’는 분명 잘 만든 게임입니다. 재화로 또 다른 재화를 구매할 수 있게 하여 수급처를 늘리고, 전투에서 의외성을 기대하기 힘들지만 그만큼 액션 구성을 파악하기 쉽습니다. 그리고 방대한 대사를 전부 더빙 처리해주는 정성도 느껴집니다. 기대할 수 있는 경험적 가치의 최소치와 최대치를 같이 끌어올린 것이 바로 ‘하데스’입니다. 그래서 필자는 이 게임을 로그라이트를 싫어하는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습니다. 플레이가 꼬여 실패하더라도 조금씩 성장했다는 기쁨을 느끼게 해준 로그라이트는 필자에게 이 게임이 유일했습니다. 그래서 독자 분들에게도 스스로 가지고 있던 장르의 편견을 깨부수고 즐길 수 있는 넓혀주는 경험이 되길 바랍니다. 스토리도 나름 볼만할 겁니다. 스포일러를 피해서 설명해 드리자면, 하데스는 여타 그리스 신과 다르게 생각을 하반신으로 하지 않습니다.


로맨티스트


  다음 글에선 게임 스토리와 관련된 논쟁거리 중 하나인 '루도 내러티브의 부조화'를 가져오려고 합니다. 그것은 게임 플레이에서 오는 경험과 스토리가 주는 메시지의 간극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2018년에 출시된 '갓 오브 워'는 몬스터를 학살하며 모험을 하는 플레이지만 스토리는 자신의 과오에 대한 반성과 자기 성찰을 통한 자아실현입니다. 이러한 부조화는 게임에서 자주 발견되곤 합니다. 다음 글에선 이 현상이 왜 일어났으며 게임계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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