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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서진 Aug 03. 2018

퍼실리테이션에서의 변화(Variation)

어떻게 회의와 워크숍에서 참여 에너지를 지속할 것인가?

여행지에서 맞은 아침밥상, 돼지고기로 가득하다. 돼지갈비, 돼지족발, 돼지장조림, 돼지제육볶음, 돼지동그랑땡, 돼지목살샐러드, 돼지고기 보쌈, 돈까스 온통 돼지고기 일색이다. 더하여 점심과 저녁도 돼지고기 뷔페가 이어졌다. 나의 마음 속 오늘의 밥상은 과연 '좋아요'일까? 이 밥상은 '지루함'에 대한 것을 극복할 수 있다면 환영받을만 할 테다. 


퍼실리테이션에는 퍼실리테이션을 실행하는 기본기술QLES(Questioning, Listening, Energizing, Scribing)이 있다. 어느 기술이 위에서 발생할 수 있을 불편함을 해결해 줄 수 있을까? 

회의에서 목적과 결과물도 명확하게 제시했고, 회의 진행 프로세스도 무리가 없고, 진행의 속도와 수준도 적절하였으며, 충분히 인터뷰했던 터라 참여자와 조직의 상황도 잘 이해하고, 워크숍을 잘 진행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퍼실리테이터인 나는 참여자와 교감하며 주제를 향한 핵심질문도 잘 해냈다. 그런데 뭔가 지루하다. 참여자의 표정이 지루하고 퍼실리테이터인 나도 언제 마치나 싶은 생각이 든다.  


이 순간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기운기술(Energizing). 


퍼실리테이션을 배우면서 상대적으로  가볍게 경험하며 지나갈 수 있는 기술이다. 또는 주제와 맥락적 연결없이 아이스 브레이킹(ice-breaking)이라는 이름으로 묻히거나 과장되기 쉬운 기술이기도 하다. 숨겨두었던 기운기술을 변화(variation)를 통해 워크숍에 적용하는 방법을 같이 더듬어 보자.  


포스트 잇(sticky note)은 이미 퍼실리테이션 워크숍의 상징과도 같은 것이 되었다. 동등하고 효율적인 발언을 위하여 이 만큼 좋은 도구도 쉽지않다. 그러나 이 도구가 ‘아침밥상의 돼지고기’가 되지 않게 하려면 퍼실리테이터의 유연함과 아이디어 센스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직전 세션에서 포스트 잇을 써서 아이디어를 냈고, 이번 세션에서도 포스트 잇으로 작업하고, 다음 세션도 포스트 잇으로 진행해야 한다면 약간의 변화를 줄 수 있도록 시도해 보는 것이 참여의 증진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처음은 포스트 잇, 다음은 대형 차트(chart), 그 다음은 A4  사이즈의 용지로 대상체나 크기를 바꾸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그룹에 변이를 주는 것 또한 좋은 방법이다. 두 사람 대화, 그룹대화로 변이를 주거나, 위에서 처럼 포스트 잇을 극복할 때도 혼자 기록하는 NGT(norminal group technique)에서 차트에 기록하는 그룹의 기록방식을 택하는 변화도 단조로움을 피하는데 도움이 된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룹구성원의 직접 참여를 더 늘리는 방향으로 변이를 추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룹의 구성원에 변화를 주는 방식으로 그룹구성원을 혼합하는(mixed team) 경우도 있는데 이럴 경우 각 팀에서의 결과물을 한 그룹으로 모아 공유할 수 있어서 참여자들은 이 때 한 그룹 내에서 강력하고 풍부한  경험을 얻을 수 있고, 워크숍의 기운과 역동이 급상승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워크숍에서 참여자간 역동이 무르익기 전에(친밀감 또는 신뢰라 불리는 라포rapport가 형성되기 전에도 해당된다) 혼합팀으로 묶을 경우 참여자들은 상당한 불안과 불편을 경험할 수도 있으니 이를 유의하도록 해야 한다.  



회의를 돕는 '전면작업벽' 예시


전면 작업벽은 공간의 구성에 있어 산불조심의 경구와도 같이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치 않는 중요성을 지닌다. 때로는 벽이 너무 멀리있어서 벽으로 그룹이 옮겨가거나, 벽을 그룹으로 당겨오는 방법을 취해야 할 때가 있다. 이동식 칠판(white board)을 사용한다거나 빨랫줄 처럼 줄을 엮어서 게시 공간을 확장한다거나 하는 방법을 시도할 수도 있다. 이럴 때 참여자들은 더 생생한 경험을 하게 된다. 전면작업벽을 시각적인 역동을 더하여 사용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스티키월(sticky wall)일 것이다. 포스트 잇과 전지에 의존했던 제한을 벗어나 더 넓은 벽과 아이디어의 자유로운 위치정하기, 자유로운 모양과 도형의 노트를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 등 브레인스토밍을 돕는 요소가 많다. 오발카드(oval card)나 여러가지 다각형을 잘라서 사용하면 초점질문을 두드러 지게 보여주거나 도출된 아이디어의 분류를 더욱 쉽게 인식할 수 있도록 하는데 도움이 된다.  


매체는 전체 회의나 워크숍을 위하여 일부 사용되는 것이지만 분위기를 환기하거나 효과적인 가이드를 제공하는데 적절한 도움이 될 수 있다. 빔프로젝터와 스크린에 프레젠테이션용 슬라이드를 비춘다거나, 주제관련 논의를 위하여 관련된 실물을 준비하여 제시한다거나, 주제와 관련된 짧은 영상자료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다만 이 매체들이 교훈이나 가르침을 위한 것이 아니라 참여자의 주체적인 논의를 위한 준비물에 그치는 것이 좋다. 아이디어 도출과 수렴은 계속적인 두뇌활동을 동반하므로 적절한 쉬는 시간과 더불어 음악을 준비한다거나 회의나 워크숍에 대한 이해를 돕는 배포물(handout)을 준비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그 외 워크숍에서 사용하는 색깔의 변화, 칭찬과 격려, 온도와 장내 분위기, 도구와 방법, 간식의 준비 등 참여자가 그룹활동에 더욱 참여하고 싶어지게 하거나, 참여의 에너지를 지루하지 않게 유지시켜주거나, 떨어진 기운을 더욱 높일 수 있도록 도와주는 모든 변화의 방법들, 그것을 통하여 참여자가 힘을 내고 보다 즐겁고, 신나게 참여할 수 있다면 참여자는 에너자이징 된 것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 변화(variation)를 시도하면 도움이 될 것이다.   


우리는 지루한 곳에 있고 싶지 않고, 지루한 대상이 되고 싶지도 않으며, 누군가가 그렇게 되도록 우리가 만들게 두는 것도 원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퍼실리테이터인 나도, 참여자인 나도 모두 “I’m Great” 하기 때문일 것이다. 작지만 시도하면 좋을 변화를 통해 에너자이징을 발휘하는 퍼실리테이션을 도전해 보자.  


남서진 CPF(Certified Professional Facilitator/IA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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