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가지가 없는 조직개발 -
칼칼한 겨울바람이 거세던 어느 날 열심에 가득찬 눈동자의 가락동 사람들을 만났다. 골목에 대한 소박한 애정과 서로의 잘됨을 응원하는 열심과 미래를 바라지만 욕심부리지않는 달리기가 있는 모습의 독특한 공동체를 만났다.
1. 쫀쫀함이 없는 : 느슨한 연대
어느 조직이나 조직이라고 이름 붙여진 곳은 성과에 대한 열망이 크다. 조직에서는 이것을 효과성이라고도, 생산성이라고도 하는 이름으로 붙여 성과를 더 높이기 위하여 여러 모로 궁리를 한다. 이 때문에 구성원을 더 몰입시키기 위하여 골몰하고 ‘응집력’이라는 이름으로 뭉치자, 더하자, 더 많이하자, 더 규율하자는 여러 가지 원칙을 내걸거나 활동을 이어가기도 한다.
가락동에는 여느 조직처럼 강력한 요구나 끈끈함을 끌어올리기 위한 소위 응집력에 대한 에너지 씀씀이가 헤프지않다. 가락동에는 좀 더 느슨한 연대가 존재할 뿐이다. 그들은 일을 잘하고 싶지만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추는 것에 관심이 더 많다. 누군가가 조금 더 열심을 내고 싶을 때 열심 내 주는 것을 그냥 받아들이도록 기다려주는 방법을 선택하고 있다.
일하던 엄마들이 잠시 일하지 않는 엄마들이 되었을 때, 우리 골목에서부터 소소한 변화를 만들고 작은 일부터 함께 시작해보자고 알음알음 시작하였던 것이 가락동 조직의 출발이었다. 내 아이의 돌봄에서 옆집 아이의 돌봄을 넘어 이제는 우리 골목의 돌봄과 활성화로 확장하게 되었다. 서로의 역량을 존중하고, 지역에 존재하는(살고있는) 다양한 구성원을 한가족처럼 찾아가고 만나고 골목의 일꾼으로 길러내는데 까지 확장하고 있다. 그들 서로의 손은 너무 꼭 쥐어진 손은 아니지만 언제든 잡을 수 있을만큼 가깝고, 언제든 좀 더 단단히 잡아도 좋을만큼 서로에게 기댈 수 있는 사이의 거리를 유지하고 있다. 가락동 사람들이 함께하는 힘은 ‘느슨한 연대’ 바로 그것이다. 같은 동네에서 함께 사는 사람들의 ‘예의’ 그것을 그대로 실천하며 느슨한 연대를 만들어 버렸다.
2. 주인이 없는 : 주인을 만드는 사람들
가락동 조직에는 딱히 누구라 할 만한 주인이 없다. 이들에게 누가 주인이라 묻는다면 ‘골목, 골목의 사람들’이 주인이라 할런지도 모르겠다. 어디에나 일을 추진하려면 예산이 필요하고 예산이 투입되는 곳마다 여러 눈들의 감시나 질시나 직시해야할 성과와 현실이 있다. 이 때문에 더 열심히 일하고 싶은 많은 중간지원조직들이 본인 조직의 역할이 감독인지, 집행인지, 연결인지, 촉진인지, 배분인지를 혼돈스러워하고 모호한 상태의 위치로 자리매김하려 할 때가 있다.
가락동 조직의 사람들은 여기서 철저히 주인공에 대한 선을 긋고 있다. ‘골목상권의 활성화를 위해 우리는 이런 것에 집중하겠다. 우리는 무엇을 하는 사람들이다. 우리 추진체는 이런 것을 한다’는 것을 애초부터 방향을 잡고 나가야한다는 것을 고민하며 시작했다. 따라서 남아있는 실행은 이들이 인큐베이터에 넣어야 할 일, 손을 덜어주어야 할 일, 발굴하고 알려야 할 일에 대하여 시작하면 되는 것이었다. 그러다 보니 이들이 잘하게 된 것은, 골목의 주민들을 만나고 상인들을 만나고, 이야기를 듣고, 일이 되도록 함께 만들어나가는 일 그것을 잘하게 되었다. 이것이 곧 공동체개발이고, 지역개발이라고 할 수 있는 일이다. 결국 가락동 사람들은 지역의 각 주체들을 주인공으로 또 주인으로 만들어주는 촉진을 해내고 있다.
3. 선생이 없는 : 스스로 개발
가락동 조직의 사람들은 공부를 한다. 그들은 자주 공부를 하고 있다. 누가 요구하거나 사업의 진행을 위하여 의례적 통과행위로서 공부의 조건이 존재하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그들은 골목의 일을 지원하기 위하여 각종 분야의 전문가를 섭외하고 동네에 지식이 전달되도록 애쓰는 것은 기본이고, 관련된 학문분야를 청취하고 직접 배운다. 심지어 지원 조직으로서 전문적인 지식을 공급하여 모자람이 없도록하기 위해 학습모임을 정기적으로 개최하고 있기도하다.
그저 교양을 풍부하게 하기 위함이 아니라 조직을 제대로 세우고 진행하기 위해, 서로에게 부끄럽지 않기 위해 학습이라는 고통의 시간을 함께하고 있다.
전문가에게는 스스로 지식을 공급하는 전문성, 즉 자가발전동력을 갖추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것이 전문성 그 자체의 업데이트이기도 하지만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가락동의 그들은 스스로 발전을 부추기는 시스템을 갖추는 노력에서도 성실함을 보여주었다.
서로가 서로에게 도움이 되어줄 수 있고, 서로가 서로에게서 배움을 만날 수 있는 그런 공동체야말로 건강하게 순환되는 조직이다. 가락동의 그들은 지원조직 구성원 서로에게, 그리고 골목의 작은 요소 하나에게도 서로 선생되어줄 수 있도록 연결하고, 발굴하고, 계획하고, 실행을 준비하고 있다.
글을 마치며
우리는 전세계적으로 감염병의 바람과 더없이 거센 디지털과 메타버스의 광풍이 몰아치고 있는 21세기를 살고 있다. 많은 조직들은 얼굴과 얼굴을 맞대고 일한다는 것이 여의치 않다는 것을 경험으로 배웠고, 어떻게 협업해야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다. 이 때문에 그 조직답게 일하는 문화, 그 조직다움에 대한 요구와 기대는 점점 높아지고 있지만 그 어려움은 더 심화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가락동에는 그에 대한 작은 힌트가 있다. 서로를 존중하지만 언제든 함께할 수 있는 느슨한 연대와 한사람 한사람의 개성이 살아나는 주인공화, 서로가 서로에게 배우는 관계, 그것을 통해 발전하는 조직. 이것은 아마도 2022년 조직개발의 키워드가 될지도 모르겠다.
가락동에 가면 늘 변화의 바람을 맞는다. 주인도 없이 선생도 없이 그 골목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즐겁게 걷어올린 옷소매마다 정겨운 골목의 바람이 분다. 이들을 통해 가락동 골목에 또 다시 불어올 2022년의 바람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