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스텝을 고민하는, 세상을 뚫을 바늘을 가진 사람들에게
모호한 경계, 혼돈의 영역은 기회의 영역이다. 밝혀지는 것을 보는 사람과 밝히는 사람의 다름은 어디에 있을까. 지금, 여기, 우리의 고민을 생산적으로 만들어 볼 시간! 조직개발, 그리고 퍼실리테이션
우리는 우리가 하는 일을 늘 잘하고 싶었고, 지금도 역시 그것을 위해 노력하고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지구촌 북동쪽 한국에서 느끼는 변화의 바람은 늘 거세다. 환경에 대한 불안만큼 보이지 않는 미래를 준비하는 불확실 속 경쟁은 더 크고 소모적이다. 안팎으로 복잡하고 규정할 답도 없는데 거장들의 메시지는 ‘답은 만들어 가는 것’이라고 한다. 그야말로 ‘혼돈’의 시대이다. 혼돈의 시대는 늘 ‘기회’를 품고있다. 이 때 전문가로 통칭되는 사람들이 어떤 자세를 취하고, 무엇을 제공하느냐가 그를 진정한 전문가로 만들어주는 계기가 될 것이다.
내가 속한 조직은 창업초기 부터 구성원의 목소리와 의지에 초점을 두고 자기조직이 조직개발의 시험대에 오르기를 자처해왔다. 구성원들과 함께 조직의 방향을 정하고, 역할을 나누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가고 있다. ‘좋은 이론보다 더 실용적인 것은 없다’(K. Lewin)는 기치 아래 상황에 맞는 이론을 만나면 서슴없이 그 틀을 적용해 보며 성과를 맛보았다. 이제는 ‘아는 것과 실행하는 것의 차이’에 관한 고충을 가진 이미 똑똑한 고객(고객사)을 돕기 위해 근래에는 더욱 조직개발에 여념없는 노력을 더하고 있다.
조직개발의 중요한 역할은 ‘조직이 스스로 자신을 변화시킬 수 있도록 도움을 제공하는 것’이다. 조직개발은 변화를 지향하고, 변화의 설계, 실행, 계속적 강화과정을 포함한다. 조직개발은 ‘조직효과성 향상’을 목적으로 한다. 조직효과성이 높은 조직은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뿐만 아니라 계속적으로 발전해 가는 조직이 되고, ‘몰입’하고 ‘만족’하며 ‘학습’하는 구성원을 갖게된다.
- Commings, Worley. Organization Development & Change.
제시된 조직개발의 키워드를 살펴보자.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조직 내부, 외부 전문가로서 나와 어떤 연결점이 있는가. 조직개발의 내용과 우리의 관심, 우리의 고민, 내 고객의 고민이 연결되는 바가 있는가. 그렇다면 나는 잠시, 나의 다음 행보를 위해 고려해 볼 시간을 내어보자.
조직개발을 시도하면서 경험하게 된 인상적인 것은 경영관련 분야에 빼어난 지식을 보유한 많은 전문가들이 있다는 것, 다양한 방법론이 전파되었다는 것, 현장에 고객이라 불리는 대상이 그 유사한 내용에 노출되었을 뿐만 아니라 피로도도 높다는 것이다. 아쉬운 부분은 그림도 알고, 그림 그리는 기법의 이름도 알고 있으나 그림을 그려본 적이 없거나 그릴줄은 모르는 것 같은 상황에 있다는 것이다. 마치 조직개발에 퍼실리테이션의 누락이 있는 것과 같다. 머릿속의 경영지식을 현장에서 살아서 숨쉬게 하고 조직 구성원들이 목적을 향해 가도록 지원하는 기술, 그것이 퍼실리테이션인데 말이다.
조직개발 과정에서 컨설턴트들은 조직의 구성원, 실행추진팀과 대표자를 개별로 또는 그룹으로 만나고, 그들이 스스로 답을 찾도록 돕기 위해 인터뷰하고, 자료를 분석하고 분석한 결과를 다시 조직 내부의 그들과 다시 논의하고 변화를 위한 실행을 준비할 수 있도록 돕는다. 계속해서 실행의 주인공은 조직에 계신분들이다. 그 조직은 작은 공동체와 지역부터 학교, 공공기관, 기업, 비영리 조직에 이르기까지 규모도 내용도 지향하는 바도 다양하다(개인적으로 기대하기로는 이 조직들과 관련된 많은 분들이 자기조직을 위하여, 관련된 조직과 연결하여 조직개발에 관심을 가질 수 있기를, 또는 조직개발 전문성을 키워갈 수 있기를 바래본다. 조직 내부인과 외부인의 협력으로 진행된 조직개발의 결국은 외부인의 떠남과 내부인이 조직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서 계속해 나가야 하는 것이므로). 하나의 답과 솔루션을 제공하는 표준 모델은 존재하기 어렵다.
조직개발 컨설턴트는 계속해서 개인 및 그룹과 대화하고 그들의 집합적 의사결정을 도와야 한다. 이 모든 흐름에 퍼실리테이션 기술이 없으면 구현이 어렵다. 내가 속한 조직(KOOFA)의 조직개발전문가 과정에서 퍼실리테이션 과정을 필수로 정하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현장에서 실제적인 수행을 해야 하는 프랙티셔너(practitioner)들에게는 이론을 구현할 수 있는 기술의 수련이란 전문가가 되는 임계점(critical point, 물질 구조와 성질이 변화하게 만드는 지점의 온도와 압력)에 이르는 일과도 같다.
직업학에서는 ‘전용성 소질’(transferable skills, 하나의 영역에 국한되지 않고, 여러 다양한 영역에 바꾸어 쓸 수 있는 기술)이라는 것을 발견하여 경력전환과 경력개발(Career Development)의 기회를 모색토록 한다. 한국 사회에 퍼실리테이션이 소개되고, 전문 퍼실리테이터가 늘고 있는 추세이다. 이 기술을 수련한 이들에게는 이것이 또하나의 전용성 소질이 되었을 것이다. 산업분야가 창출되고 확장되는 것은 산업 초기과제다. 그 이후에 올 것은 어떻게 성숙시켜갈 것인가와 연결된다. 특히 지식산업 분야의 과거 흐름으로 볼 때, 한국사회의 기술이나 기법은 유행과 건전화(fad & fab)중 유행에 가깝게 사라져가는 경우가 많았다. 이제, 지금의 퍼실리테이터들은 어떤 비전을 가질 수 있을까. 새롭고 유익함에 매료되어 수련해 온 기술을 어떻게 심화할 것인가의 고민은 이 분야의 전문가들과 애정을 가져온 이들이 함께 고민해 봄직한 일이다.
등잔 밑은 어두울 수 밖에 없다. 종교인들은 모태신앙인 사람을 진정한 구도의 길로 인도하기 가장 어렵다고 한다. 최신 지식의 가장 가까운 곳에 있으면서 가장 늦은 걸음을 하는 사람들이 되지 않기 위한 되새김을 해보자. 간혹 이미 알고 있는 선험지식이 성장에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가장 방해요소로 작용할 때도 있다. 알고 있다는 인상이 클리셰(cliché, 상투적이고 판에 박은 듯한 익숙한 것)가 되기 쉽기 때문일 것이다. 혹시 나의 앎이 나의 성장을 방해하고 있지는 않을까? 퍼실리테이션에서 찾아볼 내 무대의Next Stage 찾기, 이것은 그야말로 강점의 연결고리를 만드는 것이다. 우리는 각자의 이력과 강점을 활용하려는 토대에서 퍼실리테이션을 가져갔을 것이다. 이제 어떻게 더 넓혀갈 것인가?
우리가 원하든 원하지않든 간에 우리는 무대뒤에서 다음 무대를 기다리는 배우처럼 이미 실용적이고도 고도화된 수련을 요구하는 기술에 발을 들여놓았고, 막간에 서있다. 리더였고, 강사였고, 컨설턴트였고, 대표였고, 중재자였고, 내부 전문가였던 내 역할의 이름을 물을 일이 아니다. 거기에 가름자를 대고 우기면 달아나는 미래를 불러세울 수 없다. 우리는 영향력을 위해, 해결을 위해, 성장을 위해, 변화를 위해 무엇인가를 계속 시도하고 있다. 이제 그것을 조금 더 체계적으로 할 수 있도록 고민해 보자.
‘나는 이제 나의 조직을, 나의 고객의 조직을 어떻게 도울 것인가.
나의 공동체를와 지역을, 내가 만나야 할 그 곳을 어떻게 지원할 것인가.
내가 가진 전용성 소질을 어떻게 활용하여 그 것을 해 낼 것인가.
어떤 일이 발생하는 한 순간, 하나의 지점을 상황에 순응하여서만 도울 것인가, 선제적으로 전체관점에서 그 조직과 공동체와 지역의 고유함을 살리는 그 어떤 일을 시도할 것인가’
조직개발은 조직과 국가와 초조직적 내용을 넓은 관점까지도 포괄할 수 있다. 전용할 영역이 정말 넓다. 가치로운 철학과 마인드를 장착하고, 기술을 다듬어 가진 정예의 전문가들이 현장으로 달려갈 시간이다. 욕망의 거룩한 표출이 모두의 성공이 되는 순간이란 거기서 출발할 수 있을 것이다.
남서진 CPF(Certified Professional Facilitator/IA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