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는 금지였다.
바텐더와의 주문마저 비대면인 이곳은
서진에게 완벽한 장소였다.
망설임 없이 인원수에 "1"을 선택하고
예약을 완료했다.
워크인 없이 예약제로만 운영되어
예약한 정시에 입장할 수 있었기에
서진은 잠시 대기공간에 머물렀다.
대기공간은 마치 작품 전시회장처럼
하이라이트 조명이 빈백을 비추는 구조였다.
그 위에 집주인 포스로 누워있던 쩍벌남이
인기척을 느끼고 자세를 바로 세워 앉았다.
"올 때마다 진짜 감동..."
"맞아 맞아 진짜 레알..."
"앗 나 여기서 사진 좀 찍어줘! 스토리 올리게!"
친구 포스의 여자 둘이 까르르 요란하게 퇴장하고
그 뒤를 이어 남녀가 손을 맞잡고 다정히 나왔다.
"자기, 여기 진짜 좋았다. 닭발 먹으러 갈까?"
'여기 혼술바가 아니었나...?'
약간 갸웃거리고 있으니 마치 복붙한 듯이
서진 뒤로 여 2, 남녀 커플이 뒤따라 줄을 섰다.
"오신 순서대로 입장하실게요."
약간 모닥불 대열로 나란히 놓인 다섯 개의 의자.
생각보다 좀 가깝네, 하며
가장 끝자리를 골랐다.
안내에 따라 주문도 비대면으로 완료했다.
공간은 생각보다 밝고 오픈되어 있어서
옆자리 사람의 움직임과 기분까지 느껴진 서진은
후기에서 본 '눈물이 왈칵' 쏟아지는 방명록을 집어 들었다.
'4년 사귄 남자친구랑 헤어지고 왔어요.'
'어려서부터 우리 집은 가난했었고 남들 다하는 외식 한번..'
놓인 방명록 다섯 권 중 세 권을 독파했을 때,
서진은 읽기를 포기했다.
'눈물이 안 났어.'를 선곡하고 싶어졌다.
그 사이 서진이 선곡한 노래가 빵빵한 사운드로
흘러나왔고 어색함+맨 정신 콤보에 뚝딱거리던 서진은
칵테일을 평소보다 3배 정도 빠르게 마셨다. 아니 주유했다.
손님들이 신청한 곡들을 랜덤 하게 틀어주는 시스템은
흥미로웠지만, 그날의 플리는 서진의 감정선과는 묘하게 달랐다.
'기분 전환에는 요네즈 켄시 레몬이지..!' 하던 서진과 달리
모두 잔잔&감성파였던지... 간드러진 '아이유'의 밤편지 감성은
서진을 리클라이너 안으로 드러눕게 만들었다.
설상가상으로 집중이 안되니 옆 시야가 트였다.
옆사람은 여자친구와 함께 온 청일점이었는데
빠르게 위스키 2잔을 흡입하더니 핸드폰만 보고 있었다.
틀어지는 영상을 보려고 고개를 돌리면 시야 1/3 정도에
그 남자가 오묘하게 걸려서 다 포기하고 몸을 살짝 돌려
리클라이너를 눕히고 누워버렸다.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예약한 시간이 다 끝나자
누구보다 빠르게 커플이 퇴장했고
그다음으론 여 2 팀이 퇴장했다.
어설픈 취기와 함께 밤이 저물었다.
약간 습기 먹은 새벽 공기가 뺨을 스쳤다.
혼술바라고 했지,
혼자 오라고 하지는 않았다.
다시 혼자였다.